[프라임경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일찌감치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각광받아왔다. 최근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며 그 중요성은 더 강조됐다. 그러나 정작 국내업체들은 선발주자인 일본을 따라가지 못하고 후발주자인 중국에도 밀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국내 전기차 배터리의 오늘을 짚어봤다.
현재 국내업체들 중 △LG화학(051910)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096770) 3사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투자 중이다. 세계 소형배터리 시장에서는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이지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기업들의 위치는 어딘가 어정쩡하다.
◆세계 점유율 일본과 격차…중국에 추월당해
지난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일본기업 파나소닉이 점유율 35%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3위 PEVE와 4위 AESC, 7위 LEJ까지 일본 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업체들은 LG화학이 5위, 삼성SDI가 6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에 비해 한 단계씩 떨어진 순위다. SK이노베이션은 9위에 머물렀다.
전기차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양극 △음극 △전해액 △분리막 네 가지 소재로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현재 4대 소재에 대한 일본의 기술력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개중 전해액과 분리막에 있어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국내업체가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나 전통과 특허로 무장한 기존 업체를 밀어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아울러 일본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영향력을 덜 받는다는 것도 꼽을 수 있다. 파나소닉은 현재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테슬라 제품에 들어간다. 또 일본은 전기차 내수시장이 튼튼하다. 내수시장이 거의 형성되지 않은 한국과는 다르다.
일본과 달리 중국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국내업체들에게 최근 중국의 움직임도 위협이다.
현재 우리 업체들은 중국의 물량공세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2014년 한국과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한국이 1520.1㎿h, 중국이 568.3㎿h로 세 배 가까운 격차가 났지만 단 1년 만에 중국 2509.5㎿h, 한국이 2478.1㎿h로 역전한 바 있다.
이렇게 자금력과 물량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국내 업체들이 현재 살아남을 수 있는 수단은 중국보다 앞선 기술력이지만 중국 정부가 일방적인 자국 산업 보호정책을 펼치면서 그마저도 꼬이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자국산업 보호전략'에 발목 잡힌 수출
지난 4월 중국이 안전성을 이유로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 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버스에만 보조금을 유지하면서 한국 업체들의 수출이 막힌 것. 특히 중국 현지공장에서 전기버스용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던 삼성 SDI가 정통으로 타격을 입었다.
한국과 일본 업체들은 효율성이 높은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를 만들 때 니켈·카드뮴·망간 등 세 가지 물질을 섞어서 만들면 삼원계, 리튬인산철을 쓰면 LFP 배터리로 불린다. 삼원계 배터리는 LFP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높아 더 진보된 기술로 분류된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은 아직 삼원계 배터리를 자체 생산할 능력이 없다. 지난해 파나소닉에 이어 세계 자동차 배터리 공급 2위를 차지한 중국 BYD도 리튬인산철을 사용한 LFP 배터리만 생산하고 있다.
즉, 이런 자국 업체들이 선진기술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때까지 중국 정부에서 시간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 정부에서도 조속한 지원금 재개를 요청했으나 오히려 지난 19일 중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 재개를 위한 삼원계 배터리 안전성 규범을 다시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더욱 혼란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담담한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예상하던 시나리오 그대로다"라며 "삼원계 배터리는 이미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만큼 기존에 가지고 있는 가이드라인에서 더욱 꼼꼼히 챙겨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런 중국의 보호주의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비공식적 보복 조치가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기본적으로 자국 우대라는 방침을 유지하는 한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재개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사드 배치를 포함해 정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숙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