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포켓몬 Go' 신드롬이 세계인의 화두가 되고 있다. 신비한 동물을 잡아 능력을 겨루며 우정을 쌓는다는 인기 만화 '포켓몬'을 보고 자란 세계인들이 게임에 열광하는 것이다.
이 배경에서 일본 기업 하나가 주목을 끌고 있다. 닌텐도. '슈퍼마리오'라는 인기 게임을 만들었던 바로 그 회사다. 슈퍼마리오 열풍을 불러일으켰을 때도 닌텐도는 기업 혁신의 성공모델로 주목받았다.
1889년 설립된 이 회사는 화투장을 만들던 회사였지만 창업주의 손자대에 사장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새 성장을 위해 꿈틀대기 시작했다. 화투장 회사가 전자게임기 열풍의 진앙으로 변신한 데 이어, 그로부터 약 30년 만에 다시 새로운 혁신 주인공으로 거듭 이름을 날린 것이다.
이번 성공 배경은 첫째로 포켓몬이라는 좋은 아이템을 구현해 낸 감각, 둘째로는 증강현실(AR)의 새 페이지를 연 발상의 전환과 그 실행 능력이 꼽힌다.
그간 가상현실에서는 흔히 비싼 장비(헤드셋 등)를 사용해왔는데 이번에는 그런 요소가 필요치 않아 관심을 더 끌었다고들 한다. 포켓몬이라는 희대의 아이템을 새 시대의 주인공으로 띄우기로 포착, 결심한 부분에서는 이미 마리오를 키운 게임 감각이 다시 발동됐을 터다.
우리는 왜 포켓몬 Go 같은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냐는 탄식이 나오고 있는데, 그 답은 새롭게 반짝이는 감각 그리고 이 감각이 사고를 치기까지 기다려주는 정신이 어우러진 데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경기도 구리시의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가 표류하고 있는 상황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2008년부터 본격 착수된 이 사업은 고급 호텔 등에 맞춤형 디자인을 제공하는 고부가가치 사업체들을 모으는 디자인 허브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의 '머천다이즈 마트'에 약 5만개사가 모여 있고, 디자인 관련 엑스포에 연간 330만명이 찾아 돈을 쓰고 가는 예를 목표로 하겠다는 게 박영순 전 시장의 꿈이었다.
외자 등 10조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이 사업은 현재 표류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 일각에서는 행정자치부의 투융자심사에서 수차례 보류를 맞은 데 있다고 본다. 이 의견은 기본적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무리하게 매달린 게 아닌지 회의적인 시각을 깔고 있다.
한편, 지금 표류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교체로 인한 정책 변화 가능성 조짐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결국 지금 이 문제는 지자체장이 교체되는 경우, 기존 추진 정책을 쉽게 바꿔버리는 문제와 뭔가 장기간 답보에 들어간 정책을 어느 시점에서 접을 준비를 하고 어떤 방식으로 털 것이냐의 일명 '출구전략' 문제가 겹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상, 새로 집권한 지자체장은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전임자의 정책을 뒤엎을 힘이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문제가 없거나 계속 추진이 필요한 경우에 단지 정치적 색채나 사고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권한을 휘두를 자유까지 포함돼 있지는 않다.
더욱이, GWDC의 경우 다음달 경에 다시금 투융자심사를 중앙부처에서 받아볼 필요가 남아있고, 국제투자유치자들과 협약서 이행기간이 2019년 5월까지로 남아 있어 성급하게 접을 경우 국제분쟁의 소지마저 있다.
극히 짧은 마지막 질주 필요성이 있는 이때, 애초 이 문제를 시작한 지자체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대신 출구전략에 해당하는 제스처를 보이는 것은 또 다른 불씨를 키우는 자충수다.
백경현 신임 시장은 GWDC 문제점을 보완해 지속 추진을 하고, 동시에 수변공원 및 문화창조벨트 등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 외자유치가 되지 않아 친수구역법으로 개발이 불가능할 경우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규제와 제한 사항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 GWDC 같은 큰 덩치의 사업에 절실한 친수구역법 적용 대신 자꾸 도시개발사업 논의에 미리 불을 지피는 것은 문제다. 이 법에 따라 일을 추진하는 데 새 구리시 집행부가 부정적인 게 아니냐는 의문을 낳을 수 있다. 즉, 친수구역법에 따라 토지개발 이익의 90%를 하천관리기금으로 내는 점이 달갑잖다는 불만으로 읽힐 소지가 있다.
다시 생각해 보자. GWDC는 수도권 첫 친수구역 사업이다. 여기에 토지개발 이익에 매달리지 않고도(이를 하천관리기금 비용으로 내도), 엄청난 일자리 창출 효과로 구리시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창조경제식 발상의 전환'에 박 전 시장 구상의 본질적 매력이 있었다. 지금 집행부는 이를 뿌리부터 부정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 구리개발공사와 롯데마트가 대여 중인 알짜배기 시유지를 활용, 공채를 찍는 등으로 충분히 위험요소를 줄일 수 있음도 누차 박 전 시장 시대에 설명된 바 있다.
둘째, 우리나라 사업 중에 중앙부처와 이렇게 많은 논쟁을 거치면서, 밑바탕부터 하나씩 문제 요소를 해결하면서 바탕을 다져오고, 더욱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는 데까지 나갔던 사례가 GWDC 말고는 없다. 구리시는 외자의 투자 약속의 적성성과 구속력에 의문이 제기되자, 흔히 활용되는 MOU(투자협약) 대신 MOA(실시협약)을 받아오는 글로벌 계약의 '새 방정식 풀이'를 보여줬다.
그런데 이제 사업이 틀어질 가능성에 미리 대비한다는 출구전략의 미명 하에, 혼신의 힘을 다해 매달려온 구상의 본체부터 아예 뒤집어 버리겠다는 도시개발사업 아이디어 띄우기에 미리 나서는 것은 성급하고 안타깝다.
돈 없고, 개발이 쉽지 않은 위치의 땅만 갖고 있는 베드타운 지자체가 발상의 전환 하나로 글로벌 디자인 수요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는데, 그 10년 노력이 중앙부처의 지나친 검증과 지자체장 교체라는 돌발상황으로 흔들리는 양상이라고 하면 지나칠까.
하기야 게임 유관 기술이 그렇게 많으면서도 결국은 포켓몬 Go 같은 최종생산물 만들기는 어려운 나라에서 GWDC는 애초 신기루일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