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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도는 정부 VR산업 육성책 "잘 가고 있습니까?"

정부 "VR에 600억 투자" vs 업계 "돈보다 규제 완화 시급"

임재덕 기자 기자  2016.07.20 16: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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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부가 600억원에 달하는 가상현실(VR)산업 육성책을 내놨지만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국내 VR산업 자구책이 절실하다는 호소가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일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VR산업 육성에 총 600억원 규모를 투자해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를 산업 거점으로 조성하는 등 대규모 신시장과 플랫폼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소콘텐츠기업의 시장 진입을 돕고자 400억원 규모의 '가상현실 전문펀드'를 조성, 전문운용사를 통해 7년간 신생 및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 내용 중 정작 국내 VR기업이 필요로 하는 규제 장벽 완화정책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고 구체적 결정을 피해 논란이 일고 있다.

VR콘텐츠사업에는 자본금이 크게 중요하지 않고, 여러 심의에 소요되는 시간과 한계 등의 규제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1인 창업도 가능할 정도로 우수한 수준의 VR콘텐츠 제작 소프트웨어가 다수 출시됐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거대 VR기업의 한국진출 선언, 포켓몬 GO로 VR게임시장에 대한 대중의 관심 급증 등 올해와 내년이 VR산업의 골든타임으로 보인다"며 "한편으로는 한국기업의 시장진출이 가장 활발히 이뤄질 때"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자본 투자도 좋지만 정부는 중소기업부터 거대기업까지 시장 진출을 독려할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우선 풀어야 할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VR산업협회 역시 "비용 지원보다 신생 및 중소벤처기업에게는 다양한 규제 심의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줄 일종의 가이드라인(표준)이 필요해 보인다"며 업계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VR산업은 대표적인 융복합산업이다. 콘텐츠 종류에 따라 게임·미디어·헬스·뷰티 등 여러 분야에 다리를 걸치고 있다. 그렇기에 각 분야별로 심의를 따로 받아야 한다.

동일한 상황에서 해외 VR선진국은 네거티브 방식(법령에 열거된 사항만 제한)으로 신시장 규제를 대폭 완화함으로써 VR산업을 육성했다. 국내는 아직 포지티브 방식(법령에 열거된 사항만 허용)을 채택 중이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련 사항을 논의 중"이라면서도 "사실 정부에서 모든 규제를 풀어줄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업계 요구를 일축했다.

'여러 분야 심의를 한 곳에서 통합 심의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의 답변이 나왔다.

'지금까지는 특정 규제가 문제돼 사업에 애로점이 있다는 사례가 접수된 건이 없었다. 앞으로 발굴해야 할 부분'이라며 피해사례 발생 후 조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이어 "VR 게임물 규제는 문체부에서 자체 등급분류제로 변경하면서 진입장벽을 대폭 낮춘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정부의 이 같은 해명에도 자체 등급분류제에 함정이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정한 요건을 갖추고 전문적으로 전담할 수 있는 인력을 갖춘 업체'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는 것이다. 즉,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으로 구성된 국내 VR업계는 제외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역시나 미래부 측은 "올해 말 확정·실시되는 자율등급제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법 개정을 검토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이에 업계는 자율등급제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한 후 법안 마련부터 시행, 수정 등을 거치면 최소 3년은 걸릴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때는 이미 글로벌 VR기업의 시장 선점이 끝났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업계는 우리 국민의 600억원에 달하는 혈세로 연내 국내진출을 앞둔 구글, 오큘러스, HTC 등 VR대기업이 활동할 판만 키워놓을 뿐이라는 날선 지적도 제기했다.

정부가 규제완화는 뒤로한 채 각종 지원금으로 해외 플랫폼의 국내 유통을 촉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게임 플랫폼인 스팀은 현재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아 심의도 받지 않는다.

이 같은 현상은 토종 VR플랫폼기업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와도 무관치 않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VR기업은 자체 등급분류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는 해당 기업들이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는 해외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대거 출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VR산업협회 측은 "국내 대기업들은 불확실한 상황에 패스트 팔로우 전략(선도기업 제품이 자리 잡는 것을 보고 대응)을 택한 것"이라며 "위험부담을 줄이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 더해 "정부가 규제와 표준 등에서 구체화를 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