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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3, 비주력사업 분사 두고 노사 갈등 격화

사측 "새로운 성장동력 될 것" vs 노조 "현장노동자 아웃소싱화"

전혜인 기자 기자  2016.07.20 10: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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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조선 빅3 중 현대중공업(009540) 노조가 3년 연속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사측 자구안 중 비주력사업 분사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분사 문제가 노사 갈등의 새로운 핵으로 떠오른 것.

조선 3사 중 경영 규모가 가장 큰 현대중공업의 경우 자구안 시행 전인 지난 4월 이미 산업용기계사업부를 분사해 '현대중공업 터보기계'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설비지원 부문의 분사를 결정하며 사명을 '현대 MOS'로 확정했다.

현대MOS는 분사 전과 마찬가지로 조선소 내 설비·기계장치·수송장비·건물 등의 관리를 전담하게 된다. 현재 신규사원 채용을 진행 중이며 다음 달 안으로 법인 설립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앞으로도 △건설장비 부문 내 지게차 사업부 △그린에너지 부문 내 태양광사업부 △로봇사업부 총 3개의 사업부를 연내 분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조선 3사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지난달 각각 정부와 채권단에 구조조정을 위한 자구안을 제출한 바 있다.

각사의 내용은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설비 축소 등 경영합리화 △자회사 등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한 사업조정 △조선 외 사업 분사 및 인력감축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은 사측 자구안 중 비주력사업 분사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노조 측은 "단체협약에 회사가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분할(분사)·양도·합병하고자 할 때 40일 전에 조합에 통보하도록 명시돼 있다"며 "회사가 노조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의 이 같은 반발은 분사 이후 현대중공업의 자회사로 신분이 바뀌는 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 노조'에 더 이상 가입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합원들은 물론 노조 역시 지금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장 노동자들은 "분사는 조합원을 비정규직화하려는 것"이라며 "결국 싼 값에 노동자들을 아웃소싱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드러낸다.

이런 와중에 지난 17일 협력업체로의 분사를 거부한 사내 복사실 직원을 단 8시간의 안전교육 후 용접 업무로 전환시킨 일이 알려지면서 '보복성 인사'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해당 직원들 중 여직원도 포함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은 지난 19일부터 23년 만의 현대자동차(005380) 노조와의 연대파업에 나섰다. 20일에는 현대중·차 연대파업에 더해 대·중소 8개 조선업체 연합노조인 조선업종노조연대도 구조조정 중지를 위한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사업부 측은 분사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1일 최길선 회장, 권오갑 사장 이하 사업부 사장들이 전부 참석한 '비상경영설명회'에서 최 회장이 직접 직원들과의 대화에 나서 분사에 대해 설명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당시 최 회장은 "분사되는 회사로 전직하더라도 정년 시까지 고용을 보장하고, 본인이 원하면 정년 후 3년까지 계약으로 더 근무할 수 있으며 임금 수준은 현대중공업보다 다소 낮지만 최대 15년간 차액을 보전해줄 예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간 현대중공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발전시켰으나 사업 규모나 실적 면에서 조선업에 편중된 경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로봇사업이나 태양광 사업 등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성장가치가 충분한 사업 분야의 경우 분사 후 독립경영을 통해 현재보다 오히려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작은 부문 내 사업부로 머물기보다는 새로운 기업으로 분사함으로써 정부 및 본사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제언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역시 특수선 사업부를 분사하겠다는 안건을 자구안에 포함시켰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사업영역이 다른 회사들처럼 다양하지는 않으나 현재 건설 부문에 대한 분사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3사 자구안 내 분사 안건을 그저 비판할 수만은 없다는 견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로봇 산업 등이) 미래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결국 조선이 가장 기본 아니겠느냐"면서 "시황이 좋을 때야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경영효율성을 위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