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1위 독주 지킨 KT…이젠 케이블 상생방안 내놔야

황이화 기자 기자  2016.07.19 15:23:25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지난해 12월 SK텔레콤이 정부에 CJ헬로비전과의 인수합병(M&A)계획을 공식 전달하며, 국내 방송·통신업계를 아우른 전쟁이 시작됐다.

M&A 계획을 밝힌 SK텔레콤은 "미디어·콘텐츠산업의 질적 성장을 이끌고, 나아가 소비자 후생 증대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CJ헬로비전을 인수한다"고 목적을 밝혔다.

SK텔레콤이 케이블방송사업자였던 CJ헬로비전을 인수한다고 나서자 가입자수 감소를 걱정하던 케이블방송업계도 새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걸었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가 가입자 감소세에 놓인 케이블방송업계 전체 M&A 혹은 자생적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았던 것. 반대 측은 "SK텔레콤의 콘텐츠 활성화 방안은 허울뿐"이라고 맞섰다.

'응답하라 시리즈'와 '삼시세끼' 등 CJ E&M 콘텐츠에 시청자를 빼앗기던 지상파 방송사는 'SK와 CJ라는 대기업 계열사가 손잡은 형국'으로 간주하고 '거대한 콘텐츠기업' 탄생을 견제했다.

여기에는 통신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도 한 목소리를 냈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신문 광고를 수차례 내며 '나쁜 M&A'라고 대중에 알렸다.

한바탕 업계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M&A 불허' 결정이 남았다. 당사자인 SK텔레콤은 야심차게 그려왔던 사업 구상을 백지화해야하는, CJ헬로비전은 지난해 12월 이후부터 뒤숭숭했던 경영을 다시 바로잡아야 하는 부담에 직면했다. 

M&A로 인한 시장 재편에 기대를 걸었던 케이블방송업계는 정부를 향해 "케이블활성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다시 높이고 있다. 향후 몇 년간 이 같은 M&A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는 업계 관측이 케이블방송업계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번 진흙탕 싸움에서 승리자가 된 곳은 KT와 LG유플러스, 그리고 지상파 방송사다. 이들은 공정위 발표 후 "공정위 결정은 당연한 결과"라며 담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수년만에 발생된 최대 이슈에서 긍정적 성과를 이끈 만큼 안도의 한숨 혹은 미소가 동반될 것이란 추측이 자연스레 따른다.

업계에서는 이번 M&A 무산의 최대 수혜자로 KT가 거론된다. 이번 심사 과정과 결과 때문에 향후 몇 년간 유료방송업계 M&A가 촉발되지 않아, 해당 기간 유료방송업계 1위 자리를 KT가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KT의 위성방송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를 합치면, KT가 유료방송업계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30.2% 이르게 된다. 2위 사업자 CJ헬로비전의 가입자 점유율과도 16% 차이가 난다. 한동안 이 점유율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1위 사업자 지위를 가진 책임감의 발현이었는지, 단순히 경쟁사 성장 발목을 잡으려 했던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SK텔레콤이 정부에 M&A 심사를 신청한지 3주도 되지 않은 지난해 12월18일, KT의 한 임원은 "케이블 상생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그는 '자기기인(自欺欺人, 자신도 속이고 남도 속인다)'이라는 사자성어에 빗대며 "지금 판을 흔들겠다는 사업자는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고 남의 밥그릇을 깨트리게 될 것이라서 이런 상황이 너무나 답답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벌써 직원의 입을 빌려 '케이블 상생방안'을 거론했던 KT가 상생 방안을 준비 중이라는 답변으로 보낸 시간도 7개월이 지나고 있다.

고위 임원의 발언이라는 점, 그리고 준비 중이라는 일관된 답변으로 미뤄볼 때 KT의 '케이블 상생방안'은 허투루 내뱉은 말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KT가 바랐던 대로 '나쁜 M&A'는 무산됐다. 이제 KT가 말했던 '좋은 상생방안'이 서서히 나와야 할 때다. 납득할 이유 없이 차일피일 구상을 드러내지 않으면 자기기인이라는 말이 되돌아온다 해도 유구무언(有口無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