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입맛 없는 여름철, 적당히 익은 장아찌(Pickle)를 독에서 꺼내 물에 한 번 헹군 다음 한 입 '아삭' 베어 무는 상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밥상 위에 장아찌 한 가지만 있어도 밥 한 공기는 뚝딱 해치울 수 있다.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으로 입맛을 끌어올리는 데 그만인 장아찌에 대해 알아봤다.

인류가 땅에서 나는 갖가지 야채와 과일들을 발견한 이래, 언제든지 원할 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과일과 채소는 저마다 철이 있어 계절이 바뀌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민했고 여러 시도 끝에 탄생한 음식이 바로 장아찌다. 한 번 만들면 언제든지 생각날 때, 꺼내어 먹을 수 있는 장아찌지만 과일·채소가 나고 들어가는 시기에 따라 담을 수 있는 종류가 정해져 있다.
따라서 자연이 선물한 이 맛을 계속 음미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장아찌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고려 중기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서 찾을 수 있다. '좋은 장을 얻어 무를 재우니 여름에 좋고, 소금을 절여 겨울을 대비한다'는 글귀에서 알 수 있듯, 우리가 장아찌를 먹던 시기는 적어도 고려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아찌는 제철에 나는 과실과 야채가 혼합 발효하는 과정을 거친다. 맛도 맛이지만 발효 과정에서 생겨나는 미생물이 본래 음식보다 우리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장아찌는 지역에 따라 재료, 기후 등이 달라 만드는 방법이나 시기가 다양하며 입맛에 따라 변형도 자유로운 음식이다.
특히나 오늘날에는 전통적으로 만들어지던 기존의 장아찌 모습에서 벗어나 다양한 재료와 레시피로 장아찌를 만들고 있다. 같은 재료라 해도 여러 가지 재료가 어떻게 균형과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장아찌의 맛과 향은 수많은 형태로 나타난다.
여름에 만나는 장아찌 가운데 하나로 '복숭아 장아찌'를 들 수 있다. 복숭아는 비타민 A·C와 펙틴이 풍부한 대표적인 여름과일로, 사과산과 구연산을 가져 여름철 피부미용에 탁월하다. 아울러 니코틴 배출을 도와 흡연자들이 챙겨 먹어야 하는 과일이기도 하다.
복숭아 장아찌 재료는 △복숭아 △간장 △설탕 △효소 △식초며 제조법은 이렇다. 먼저 단맛이 강하고 단단한 복숭아를 잘 골라 깨끗한 물로 씻어준다. 물기를 제거한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준다. 간장물을 만들 때는 설탕·식초·간장을 1:1:1로 맞춰주되 기호에 맞게 잘 섞어준다.
간장물을 푹 끓인 다음 복숭아를 담아 용기에 담고 꾹 눌러 하루 정도 놔둔다. 하루만 지나도 복숭아에서 흘러나온 과즙으로 간장물이 많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간장물만 따로 따라내서 팔팔 끓인 후 식힌 다음 다시 용기에 넣는다. 바로 먹어도 괜찮으나 마늘과 파, 깨소금, 참기름 등을 넣고 버무려 반찬 또는 후식으로도 활용된다.
송준 칼럼니스트 / 다음 라이프 칼럼 연재 / 저서 <오늘아, 백수를 부탁해>, <착한가게 매거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