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단지 가만히 있을 뿐인데 괜히 공허한 마음이 든다. 입이 심심해 주변을 둘러보는 자신을 발견한다. 먹는 게 곧 쉬는 것이자 낙(樂). 필자를 포함해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우리 혀끝을 즐겁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을 이유여하 막론하고 집중탐구해본다.
'윤기 흐르는 선홍빛 속살, 매끄럽게 떨어지는 곡선의 유려함. 부드러운 식감도 일품!'
필자가 떠올리는 '연어'에 대한 이미지는 이렇다. 살아 헤엄치는 모습보다는 일상에서 접하는 먹기 좋게 내어진 요리가 떠오른다.
생연어를 비롯해 훈제연어, 연어덮밥, 연어스테이크, 연어샐러드 등 메뉴 또한 가지각색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고급스러웠던 이미지가 강했던 연어는 무한리필집이 생기는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연어의 먹음직스러운 당근색 살에는 이들이 즐겨먹는 갑각류에 비밀이 숨어있다. 오직 연어과 물고기들만이 갑각류에 함유된 아스타산틴(Astaxanthin)이라는 적색색소를 먹고 근육에 저장시켜 주홍색을 띤다.
하지만 양식 연어는 야생 갑각류를 먹을 기회가 없어 인공사료에 칸타산틴(Canthaxantin)이라는 착색제를 섞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몰라서도 먹고 속아서도 먹고 알면서도 먹는 연어. 적어도 우리가 알고는 있어야 할 부분을 짚어봤다.
◆"칠레사람들은 왜 칠레산 연어를 안 먹어?"
'연어 신드롬'에 빠진 우리나라는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자 전 세계 연어 양식 생산량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노르웨이에서 매해 3만5000톤을 수입하고 있다.
지난 2012년경 '노르웨이 양식 연어는 살충제 디플루벤주론(Diflubenzuron)을 먹여 키운다'는 골자의 언론 보도에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가 '연어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된 적은 없다'며 대처에 급급했던 일화도 있었다.

그러나 노르웨이는 양반 축에 낀다. 지난 5월 칠레에 거주하는 일본인 작가 코노미키쿠치씨가 올린 글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칠레 현지인들은 칠레산 연어를 먹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그에 의하면 칠레에서는 양식 연어를 키울 때 다량의 살충제와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다. 노르웨이 역시 마찬가지지만, 소비량부터 확연히 다르다.
연어 130만톤을 생산하는 노르웨이는 972㎏ 살충제를 소비한다. 칠레는 이보다 적은 89만5000톤의 연어를 생산하면서 살충제 56만3200㎏을 사용하고 있다. 단순 살충제만 놓고 봤을 때 무려 580배에 육박한다.
최근 죽은 연어와 정어리가 칠레의 해변을 뒤덮었다. 당시 연어 값이 폭등하는 등 우리나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를 두고 칠레 정부는 엘니뇨로 인한 적조현상이라고 못 박았지만, 코노미키쿠치씨의 견해는 달랐다. '연어가 먹다 남긴 사료 찌꺼기와 대량의 배설물이 만든 인재'였다는 것.
심지어 이렇게 죽은 연어의 70%(약 1750만마리)가 그대로 바다에 버려졌다.
또 칠레 양식 연어는 가로·세로·높이 30㎝ 케이지에서 5만마리를 양식하고 있다. 한 케이지 안에 2만마리로 제한하는 노르웨이보다 현저히 양식밀도가 높다. 칠레는 이런 케이지 10개를 연결한 모듈이 20개로, 한 양식장에서 90만~120만마리를 키우고 있다.
칠레에서 연어를 양식하는 데 가장 큰 위협 요인은 연어 리케차성 패혈증, 전염성 연어 빈혈로 꼽힌다. 칠레 양식 연어들은 이 병들에 대한 면역이 없기 때문에 항생제가 아니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사용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냉동상태로 수입, 통조림 또는 훈제용 등 우리나라에서 가공 판매되는 칠레산 연어. 칠레인도 안 먹는 칠레산 양식 연어를 우리가 먹어주고 있다.
◆우리나라 연어 양식 '성공' 희소식 뒤에 숨겨진 'GM연어' 우려
이런저런 불안함을 떨치지 못해도 우리는 결국 연어를 찾는다. '국민 물고기'가 돼가는 연어의 치솟는 인기에 양식 연어 수입은 불가피한 셈이다.
자연산 연어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대표 국가는 △미국 △일본 △러시아인데, 자국에서 생산량을 전부 소비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만큼 수출로 이어지기 어렵다.
여기 더해 또 하나 우려되는 부분은 GM(Genetically Modified·유전자재조합)연어다. 미국·캐나다 합작 기업 아쿠아바운티 테크놀로지에서 일반 연어보다 덩치가 2배나 크고 성장기간을 3년에서 16∼18개월로 앞당긴 슈퍼연어를 만들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GM연어를 10년 이상 심사한 끝에 지난해 11월 식품으로 안전하다고 승인했지만,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결국 GM연어 표시 문제를 들어 당분간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한 상황.
이런 와중에 지난 5월 캐나다에서 유전자변형 연어 판매를 허가했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GM식품은 대규모 생산이 가능한 까닭에 가격 면에서도 큰 경쟁력을 가진다. 미래에 독(毒)이 될지 득(得)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GM식품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소비자들은 불안과 염려를 품고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판도도 조만간 바뀌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지난달 드디어 국내에서도 연어 양식이 성공했다는 희소식이 들렸다.
고성군 앞바다에 가두리양식장을 총 10개로 늘리고 매해 2000톤의 연어를 출하한다는 계획이란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