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영화나 드라마·소설, 그리고 스포츠 등 여러 문화 콘텐츠는 직·간접적으로 현실 사회를 반영한다. 영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이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에 콘텐츠 배경이나 제목, 주제가 어떤 상황과 이어지기도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한 현상도 바라볼 수 있다. '콘텐츠 렌즈'에선 이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콘텐츠의 직·간접적인 시선을 공유해 본다.
지난 2008년 하반기 최대 기대작이던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은 송강호·이병헌·정우성이라는 환상의 라인업 때문에 제작 당시부터 큰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다. 영화 시사회에는 유례없이 5개관 오픈은 물론, 이틀 연속 시사회 개최라는 기록까지 남겼을 정도다.
영화 줄거리는 간단하다. 다양한 인종이 뒤엉키고 총칼이 난무하는 1930년대 무법천지 '만주 축소판'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격동기를 살아가는 '조선 풍운아' 남자 세 명이 운명처럼 맞닥뜨린다.

한 남자가 일본사람에게 전달한 지도를 마적단 두목 박창이(이병헌)에게 다시 뺏어 오라고 지시한다. 이후 열차털이범 윤태구(송강호)에게 절취당한 지도를 차지하기 위해 대륙을 누비는 추격전을 펼친다.
이때부터 지도를 놓쳐버린 박창이와 독립군 의뢰로 지도를 찾던 현상금 사냥꾼 박도원(정우성)이 윤태구를 쫓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일본군과 독립군까지 개입하며, 마지막엔 지도에 나온 바로 그곳에서 결국 최강자를 가리기 위한 싸움을 펼치게 된다.
영화 놈놈놈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화려한 영상과 함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스토리는 내용을 알고 봐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평이 있는가 하면, 볼거리에 비해 캐릭터 완성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영화 '놈놈놈' 캐릭터의 완성도는 최근 수주절벽에 처해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조선 '빅3' 사장 행보에서 완벽하게 구현된 듯 보인다.

조선 빅3 가운데 위기 탈출을 위한 피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대중공업 권오갑 대표는 그야말로 '좋은놈'. 첫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2014년 이후 줄곧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비핵심자산 매각 △조직 및 인력 구조조정 △비용절감 등의 노력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아울러 지난 4월 권 대표를 비롯한 현대중공업그룹 경영진은 담화문을 통해 '고통 분담'을 호소한 바 있다. 거기엔 휴일 및 연장 근무 등의 폐지가 포함됐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현대중공업은 지난 1분기에 10분기 만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한 가운데, 2분기에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사들도 지난 3월 1142억원가량으로 추정했던 현대중공업 2분기 영업이익을 1968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기준 186척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 따낸 신규수주는 총 9건이다. 물론 연간 목표치에는 30%에 이르지 못했지만, 경쟁사보다 많은 수주를 따낸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나쁜놈'이다. 물론 지난 2014년 11월 이후 19개월 연속 '수주잔량 1위(기업 기준)'를 유지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올 상반기에 6척 총 7억1000만달러 규모의 신규수주를 따냈으며, 연내 추가 발주도 가능성이 있어 전망도 낙관적이다.
하지만 수년간 분식회계를 통해 감췄던 경영비리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한 2013년과 2014년 대규모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고 재무제표를 정정해서 공시한 바 있다. 또 남상태 전 사장과 고재호 전 사장의 경우 개인 비리와 회계사기(분식회계) 등 회사 내부 구조적 비리로 현재 구속된 상황이다.
이상한놈 배역은 삼성중공업 박대영 사장으로, 실적 부진과 노동자협의회 '파업', 그리고 고소 등 곤혹스런 처지에 몰리면서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같은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실적으로 시장예상치를 뛰어넘는 8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반면,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신규 수주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이다. 심지어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그리스 포시도니아 박람회도 참석했으나, 아무런 성과도 올리지 못했다.
아울러 최근 브라우즈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 계약 3건이 해지되면서 수주잔액이 급감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당초 322억원에서 247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또 27억달러 규모의 익시스 해양가스생산설비 인도가 9월에서 연말로 늦춰질 공산이 커 자금운용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더욱이 지난 4일 노협으로부터 노사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부산지방고용노동부 통영지청에 피소되는 등 노사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업계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는 조선 빅3 '놈놈놈' 시나리오는 현재 진행형이다. 과연 마지막에 웃는 최종 승자는 누구일지 이들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