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식 기자 기자 2016.07.14 11:34:31
[프라임경제] 일본 경차시장은 지난 1949년 규격을 만들어지고 보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졌지만, 국내에선 이보다 42년이나 늦은 1991년 대우국민차 티코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경차시대가 시작됐다. 이후 25여년간 대우국민차(현 한국GM)는 여러 경쟁사의 공세에도 끊임없는 투자와 노하우로 해당 세그먼트에서의 우위를 지키고 있다. 티코에서 시작된 한국GM 경차의 발자취를 살펴봤다.
지난 1990년대 국내 자동차 시장은 마이카시대와 함께 모터리제이션(motorization)이 진행되면서 점차 '대형차 선호 현상'이 짙어지자, 이를 우려하던 정부는 에너지 절감 차원의 국민카 보급을 시작했다. 물론 당시 일본 경차 배기량 기준이 550㏄였던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산악 지형이 많은 지형을 고려해 1000㏄를 주장하면서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던 중 스즈키와 기술 협력을 시작한 대우조선이 1991년 5월 자동차 사업부인 대우국민차를 통해 국내 최초 경승용차 티코를 내놓으면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기존 모델인 스즈키 프론테(657㏄)보다 향상된 796㏄ 헬리오스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티코는 3단 자동변속기와 4단 및 5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해 24.1㎞/ℓ에 달하는 높은 연비를 자랑했다. 또 당시에도 상당히 높은 가격경쟁력(기본형 319만원)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출시와 동시에 4500대가 주문된 티코는 그 다음 달 1만대를 돌파했으며, 아울러 11월 현재 GM공장인 창원공장이 완공되면서 연간 13만4000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여기에 1996년 경차에 대한 법이 제정되면서 △고속도로 통행료 50% 감면 △등록세 인하 △주차료 무료 등 많은 혜택이 생기면서 본격적인 포텐이 터지기 시작했다.
이런 티코 열풍에 당황한 기아차는 생산 중단된 프라이드 1.1ℓ 재생산에 들어갔지만, 이미 경쟁이 늦은 상황이었다. 이렇게 불티나게 판매된 티코는 기존 덩치 있는 차들을 압도하기 시작했고,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국민차로 거듭났다.
◆'국민 경차' 마티즈 등장…편입된 모닝과 '양강체제'
티코의 센세이션에 경승용차 개발을 망설이던 현대차는 '경차시대 개막'을 알린 '아토스'(1997년 9월)를 출시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판매 1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박스 타입의 아토스는 잦은 냉난방장치 고장과 무거운 차체 중량에도 지붕 높이가 티코(1395㎜)에 비교해 상당히 높은 1615㎜로 거주성 측면에서 큰 호응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아토스는 대우차가 피아트 루치올라 콘셉트를 구매해 본격적으로 양산한 '국민 경차' 마티즈(1998년 2월) 출시로 부진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반면 시판 첫날 8000대가 계약된 마티즈는 그해 5월 내수 1만대 판매를 돌파했으며, 1998년 한 해 10만대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는 등 '국가대표 경차'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이런 강력한 '마티즈 등장'에 직렬 4기통 0.8MPI 입실론 엔진을 장착한 아토스로 경쟁을 시도했지만, 3기통 마티즈를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한편, 기아그룹 공중분해(1997년)로 법정관리에 설 자리를 잃어버린 기아차는 현대차에 인수되면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이때 현대차로부터 선물받은 차량이 기존 아토스 전고와 차체를 낮춰 설계한 '비스토'다.
비스토를 통해 경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기아차는 하청업체 '동희오토'를 통해 2004년 2월 '모닝'을 선보였다. 물론 출시 당시 마티즈(800㏄)보다 높은 1000㏄급으로 출시된 모닝은 소형차로 분류되면서 마티즈의 독주를 지켜봤지만, 2008년 변경된 제원(1.0ℓ)으로 경차로 편입되면서 본격적인 '경차 양강체제'를 구축했다.
◆초창기 부진했던 스파크 "저력 보이며 판매 역주행"
SUV와 중대형차 등 대형차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올 상반기 모처럼 경차시장이 활기를 찾으면서 쉐보레 스파크와 기아차 모닝 간 라이벌전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상반기 경차 판매 1위는 기아 모닝(3만5005대)보다 5771대나 더 많은 판매고를 기록한 쉐보레 스파크(4만776대)가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스파크는 최근 기아차가 연말 풀체인지를 앞두고 에어컨 등 모닝에 대한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가운데 상반기 여섯 달 중 네 달간 경차판매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스파크의 존재감은 비단 경차시장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5월에는 전체 승용 판매량에서도 쏘나타와 4대 차이로 아깝게 2위에 오르는 등 '대형차 선호 현상' 속에서도 놀라운 판매량을 보여줬다.
물론 스파크는 출시 초기 신차효과를 보지 못하고, 기대보다 판매가 저조하는 등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렸던 건 아니다. 하지만 신차효과가 끝날 때쯤 저력을 보이며 판매 역주행을 달렸다.
한국GM 측에서는 "스파크의 뛰어난 품질과 첨단 고급사양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뒤늦게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라고 자신했다.
여기에 스파크에 장착된 '첨단 안전 시스템'도 재조명받고 있다. 기존 경차급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더 넥스트 스파크에는 동급최초로 △전방 추돌 경고시스템 △차선이탈 경고시스템 △사각지대 경고시스템 등 첨단 안전사양이 탑재됐다. 뿐만 아니라 △경사로 밀림방지 장치 △전자식 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 △급제동 경보 시스템 등 예측불허의 상황까지 대비했다.
이와 함께 스파크는 국내 브랜드 최초 애플 카플레이를 적용해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연결, 국산 커넥티드카의 시작을 알렸다. 이를 통해 주행 중에도 음성으로 전화·문자·음악·팟캐스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는 첨단 기술이나 고급기술이 비교적 늦게 적용되는 기존 경차의 패러다임을 깬 사례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GM 관계자는 "스파크의 상반기 경차판매 1위는 뛰어난 상품을 알아보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경차임에도 중대형차에 맞먹는 편의사양과 안전사양을 갖추고 있는 등 뛰어난 경쟁력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은 결과"라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