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김병호의 상경하경] 장밋빛 전망에서 읽는 경주마의 비화

김병호 기자 기자  2016.07.14 11:00:4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수많은 정보와 이슈가 상존하는 요즘, 항상 새로운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또한 폭넓은 의미에서 성공과 실패는 곧 서울에 적(籍)을 두거나 밀려나는 상경하경(上京下京)과 맥을 같이 한다. 이 코너에서는 이러한 상황 분석과 이들을 찾아 발전적인 희망을 공유하고, 과거를 되새겨 교훈을 마음에 심을 수 있는 얘기를 싣고자 한다.

뼈아픈 기억은 반복이라는 연습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이런 시린 상황을 이겨내야만, 다시 성공이라는 달콤함을 맛볼 수 있기도 하다.

"이제는 팔아야 할까, 아니야 한창 오르는 중인데…" "이제 오르겠지, 조금만 더 있어보자."

이는 주식시장에 나선 첫 투자자들이 종종 떠올리는 생각일 것이다. 시장에서 투자자나 기업의 비화(祕話)는 비일비재하다. 특히 그중에서도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기는 것은 종목 기업의 상장폐지, 흔히 말하는 상폐의 경우다.

예를 들어 예전 CT&T, 지앤디윈텍, AD모터스는 중소기업 전기차 테마주로 부상하며, 연일 상승세를 이끌던 핵심종목이다. 하지만 지난 2013년 AD모터스를 마지막으로 전기차 생산업체는 주식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중소기업 전기차 테마주는 친환경 녹색성장이라는 정부 기조에 부합한 신사업 중 하나로 연일 상승세를 거듭하며 치솟았다. 특히 이러한 불씨를 지핀 것은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보급, 20조원 시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당시 이명박 정부의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높은 가격에도 최대 속도 60㎞에 그치는 등의 상품성 부재와 안전성 논란은 중소기업의 장기 성장모멘텀에 흠집을 내는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했다.

가격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성능, 실용성 부재로 대중에 유통된 전기차는 전무할 정도다. 전기차를 활성화시키고자 정부 차량구매 보조금 지원이나 공공기관 의무구매 등의 제도, 충전 등 기반 인프라가 절실했지만 적절한 정책이 나오지 않았던 탓도 크다.

이런 가운데도 전기차 테마주는 1년 사이 52주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투자자들의 우량주로 군림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변화될 미래의 청사진만을 보고 허상 가득한 전망 추산치라는 당근에 목 맨 경주마에 비유되기도 한다.

정작 기업 실적과 경영자 마인드, 상품 수익성 등 세부지표들이 곤두박질치고 있었지만, 표면적 정책과 시대의 흐름이 주는 메리트, 단기간 치솟은 주가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난 2010년 전기차사업을 시작한 코스닥상장사 지앤디윈텍은 관리종목 상태에서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2년 상장 폐지됐으며, 같은 해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에서 시승 행사를 열며 화제의 주역이 됐던 CT&T마저 코스닥에서 퇴출당했다. 마지막으로 AD모터스는 4년 연속 영업 손실 발생, 회계 부정, 대표의 시세조정 혐의 등으로 지난 2013년 코스닥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같은 사례를 보듯이 아무리 좋은 재료를 바탕으로 시장에 들어선 기업이라도 수익성이 떨어진다면 살아남기 힘들다. 더군다나 중소기업의 경우, 트렌드 변화의 축에 가깝지 않은 이상 장기간을 연구개발 등으로 버티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전망은 장밋빛이라도 기업의 수익성과 성과 지표, 계획 등은 현실적인 투자의 기본으로 설명된다. 회사의 경영상 지표를 파악하기 어려운 와중에서 손실을 줄이려면 '주가가 하락할 때, 빨리 벗어나라'는 생존명제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는 많은 실패를 거듭했던 투자자들의 머리에 경험으로 새겨진 진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