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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71] 공정무역 알리는 멀티숍, 지구마을사회적협동조합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7.14 12: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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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매일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서울시청 지하의 시민청. 시민청 한 편에는 신선한 커피향이 감도는 찻잔을 놓고 잠시 담소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번화가에 흔하디 흔한 찻집과 다른 점이라면, 커피 원두의 품질 외에도 개발도상국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생산자에게 보다 유리한 무역조건을 제공한 상품을 취급한다는 자부심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

아닌 게 아니라 가게 한 쪽에는 옷이나 수공예품 등도 판매하고 있다. '지금은 당신은 누군가의 희망을 입는 것'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옷 고르는 이들의 눈길을 끌면서 이 옷은 어떤 나라에서 어느 사연을 갖고 만들어졌을지 새삼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은 '공정무역 가게 지구마을'이다.  

지구마을사회적협동조합은 올해 6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길지 않은 역사지만, 지구마을이라는 이름에서 어딘가 귀에 익다는 느낌을 받는 이가 많은 것은 바로 이 공정무역 가게 지구마을과 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의 활발한 활동이 알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구마을이 협동조합, 그중에서도 사회적협동조합의 틀을 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미 소개한 것처럼 지구마을은 시민청이라는 시민 접근성이 우수한 곳에 가게를 운영, 공정무역이 무엇인지 알리고 널리 수요를 확산시키는 역할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왔다. 

지구마을 관계자들은 한국에 수입돼 들어온 공정무역 제품 중 많은 종류를 판매하는 '토탈숍'이자, 공정무역을 일반인에게 널리 알리고자 판매를 위시한 여러 활동에 두루 활약하는 '멀티숍'을 지향하고 있다.

이런 일을 더 잘 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회적경제의 핵심모델 중 하나인 협동조합, 그중에서도 사회에 이윤을 환원하는 등 공헌에 주목적을 두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의 변신으로 또 한 차례의 도전에 나선 점이 신선하다. 

서울시·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와의 긴밀한 유대 '큰 자산'

지구마을이 취급하는 공정무역 물품 가짓수는 커피나 올리브 등 대분류로 약 20종, 세부품목과 브랜드로 따지면 200여종에 달한다. 하루 시민청의 지구마을 가게를 다녀가는 이만 해도 줄잡아 300명으로 추산되고, 이 가게가 시민청이 쉬는 1월1일, 설날이나 추석 당일 등을 빼고 연중 문을 여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의 공정무역 홍보와 제품 판매가 이뤄지는 셈이다.

지구마을은 2013년 1월 시민청이 문을 열던 초기부터 터줏대감 가게로 함께해 왔다. 만 3년을 시민들의 접근성이 좋은 곳에서 공정무역을 전파하는 역할을 해온 셈이다.

물론 세는 내고 있지만, 이처럼 좋은 목 그것도 230㎡가량(약 70평)의 적당한 공간을 받아 활용할 수 있었던 데에는 현재 공정무역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는 시정 운영 기조를 갖고 있는 서울시의 배려가 있다. 아울러 지구마을의 첫 탄생부터가 국내에서 공정무역의 기치를 든 여러 기업들이 의기투합해 결성한 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가 있기 때문에 탄탄한 활동과 알찬 제품 알리기가 가능했다는 점도 주효했다.

현재 조합인 지구마을에는 13명(개소)의 회원이 있다. 한국공정무역협의회의 구성원인 여러 공정무역단체가 단체조합으로 가입하거나 그 단체의 대표가 개인회원인 경우, 후원회원 등이 조합식 운영의 주체가 되므로 과거 '협의회-공정무역 가게'의 틀에서 출범한 때와 큰 변동 없이 긴밀한 협력과 유대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공정무역을 현장에서 다루는 것은 쉽지 않은 업무다. 개발도상국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일한다는 높은 이상은 다양한 상품을 숙지하고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고난이도의 업무 배경지식 요청, 단순판매 외에도 필요한 다양한 활동 등의 출발점일 뿐 보증수표는 아니기 때문.

하지만 현재 협동조합의 직원으로서 일하는 5명의 상근직원과 시간제 근로자인 8명의 스태프 모두 이 같은 쉽지 않은 일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공정무역 상품이 입고될 때마다 해당 공정무역 단체/업체에 최대한 상세한 매뉴얼을 요청하고 이를 숙지해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가장 적합한 제품을 찾아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지구마을의 존재 이유라고 하면 공정성을 포함해서 공정무역 상품들을 판매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상품을 실제로 널리 알리고 이해시키고 확산시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판매로 이야기한다'는 것이랄까요? 그래서 여러 프로모션이나 워크숍도 많이 해왔습니다".

이남숙 총괄매니저의 이런 설명처럼 치열한 지구마을 구성원들의 노력은 어떤 결실로 나타나고 있을까?

"3년 전에 비해서 많은 고객 참여 증가가 실제로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 만족도 조사를 했을 때(350여명 조사진행) 20%가량이 일회적 방문이었고 그 외의 분들은 (시청 근처라는 중심가로서의 장소적 특수성을 감안해도) 주기적 방문을 하시고 가족 단위 방문도 많이 하는 등 특징과 긍정적 반응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적극적 응대로 늘 노력하는 자세, 유럽 같은 저변 확대 앞장설 터

이에 대한 감사로 쿠폰제 등으로 자주 찾아주고 공정무역 상품을 구매하는 이들에게 보답을 돌려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 달에 대략 50만원어치의 쿠폰음료가 나가기도 한다니, 충성도 높은 고객층의 두께와 공정무역 커피 등 물품판매의 실효성을 약간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다.

직원(단기 아르바이트로 들어오는 스태프 포함)들도 이처럼 높은 호응과 지지를 보내주는 고객들을 상대한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물건을 고르는 이들 주변에서 대기하거나, 설명을 하기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어떤 형식으로 판매 응대를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 매니저는 "지켜 보면서 요청이 있는 경우, 또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한참 머무르면서 살피는 경우(결심을 못하는 경우) 먼저 다가가 설명도 드리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처음 제품이 입고될 때의 매뉴얼 숙지 등 노고가 바로 이렇게 발휘되는 셈이다.

보람 못지 않게 업무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라고.

"시민사회쪽 영역이라 급여가 많은 편에 속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이 주는 공적가치를 이유로 이 일을 택한 친구들인 만큼 당연한 일이지만, 일하는 공간에서는 인격적으로 대우를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실제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많은 공정무역 가게들이 있고, 또 공정무역만 하는 가게들이 아니더라도 공정무역 상품이 한 편에 입점돼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 매니저는 "공정무역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많은 가게들에 제품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무역 멀티숍으로서 가장 높은 수준의 성취도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이런 저변 확대 문제에 어깨가 무거움을 느끼면서도 계속 호시우행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이유다.

"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에서는 (그런 맥락에서) 지난 5월에 큰 행사를 했고요(공정무역 주간 기념), 지구마을에서도 상기적으로 캠페인, 워크숍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하반기에 주로 외부단체들과 함께하는 공정무역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