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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선업계 노조, 올해도 변함없이 '하투'

전혜인 기자 기자  2016.07.13 18: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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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올해도 어김없이 '하투(夏鬪)'의 계절이 왔다. 하투는 여름철 노동자들의 시위·파업 등 단체행동을 일컫는다. 노사 간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주로 5∼8월에 진행되고 여름철에 노동계 투쟁이 집중되는 현상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올해 하투는 예년보다 더욱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적극적인 하투를 벌이는 쪽은 아이러니하게도 취약업종으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조선업계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삼성중 노협)는 지난 7일 조선3사 중 가장 처음으로 전체파업에 돌입,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전면파업을 실시했다. 13일에는 서울 삼성그룹 본사로 올라와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이에 더해 삼성중 노협은 오는 15일에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연대해 거리 시위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거리 시위는 당초 12일로 계획됐었지만 날씨 문제로 연기됐다. 노협은 거리 시위를 통해 거제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자동차 노조와 같은 날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현대차는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 동안, 현대중공업은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 동안 투표를 실시한다.

지금까지 파업 찬반 투표에서 부결된 적이 없어 두 노조 다 파업이 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따라서 23년 만에 노조연대가 미리 예고한 대로 오는 20일 현대중공업-현대차 공동파업이 실시될 수 있을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굳이 조선업계 노조들이 이 시기를 고른 건 사측이 정부에 제출한 구조조정 자구안에 대한 반발심의 표출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아울러 13일 조선3사 노사·노협을 비롯 △성동조선해양 △한진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STX조선해양 등 8개 조선업 노동조합들이 소속된 조선업종 노조연대 대표자들이 일방적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벌이겠다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더 큰 불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사측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아직 남아있는 수주잔량이 있어서 그런지 지금 상황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다"며 "노조에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하지만 현재 회사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노조의 단체행동은 법으로 규정된 권리며 현재 노조의 행위들은 합법적인 선에서 이뤄지고 있다. 사측이 모든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는 노사의 반발도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다만, 유례없는 불황을 겪으며 '수주절벽'이라 불릴 정도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는 상황에서 노조가 임단협 중 보인 △사외이사 추천권 인정 △전년도 정년퇴직자를 포함한 퇴사자 수만큼 신규사원 채용 △조합원 100명 이상 매년 해외연수 △성과연봉제 폐지 등은 비현실적인 요구로 들릴 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될 하투에서 노사가 불합치의 골을 더욱 깊게 파기보다는 진정성 있는 설득과 서로에 대한 배려를 통해 합치를 이루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