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6.07.13 17:47:26
[프라임경제] 생활렌털전문업체 코웨이의 니켈 정수기 논란이 잦아드는 양상이다. 잠시 타격을 받았던 주가도 11일부터는 회복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코웨이는 니켈 검출로 논란이 됐던 '얼음 정수기'에 대해 전면 회수와 함께 렌털료 환불 등 조치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코웨이는 구체적으로 △CHPI-380N 등 3개 제품의 단종 △해당 정수기 사용자의 렌털료 전액 환불 △회수 대상 제품 사용자에 대한 위약금 없는 해약 △희망 고객 최신 제품 교체 등을 하기로 했다. 11일부터 3개 기종 사용자 11만명에게 전화 등으로 개별 안내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코웨이가 지출할 비용은 천문학적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나와 관심이 쏠린다. NH투자증권은 니켈 성분이 검출된 정수기의 리콜 및 렌털비용 환불 등으로 1000억원 정도의 총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렌털 제품이 회수되면 렌털 자산 폐기 손실 비용이 발생한다.
미래에셋대우증권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2013년 이후 렌털 매출 대비 렌털 자산 폐기 손실액 비중은 3% 내외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됐는데 (이번 이슈로) 올해 3·4분기와 4·4분기에는 각각 6.5%, 5.0%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올해 영업이익이 기존 추정치 대비 460억원 감소가 추정되며 이번 이슈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
문제는 이 1000억원선 비용 지출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이 비용이 필요적 지출이라는 시각이다.
KTB투자증권 보고서가 "최근 옥시 사태 등 생활용품에 대한 위생 및 신뢰도 이슈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인식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후속조치 및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능동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대응책"이라며 비용 지출 이슈로 바라본 게 좋은 예다.
그러나 이견도 존재한다. 포괄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 방어 비용으로 보더라도 세금 처리 등 다른 문제에서는 코웨이 측의 이번 지출에 한층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별개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말 바꾸기로 여론 악화되자 백기…불필요한 지출·채권포기
이번 사태의 방어 비용을 선제적 관점에서의 대응으로 볼 것인지는 소득세법의 손금 인정 여부와 맞닿았다.
사업에는 필수적으로 관련 비용 지출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세금 계산에서 반영해주도록 돼 있다. 사업소득금액을 계산할 때 필요경비를 산입하는 절차가 그것이다. 이른바 손금 처리를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지출까지 세금 혜택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으므로, 그 한도를 정하거나 불산입 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은 '손비는 법인의 사업과 관련해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실 또는 비용으로 보통 인정되는 통상적인 것이거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이어서 다른 법인 소득세법 제33조 제1항에서도 다양한 불산입 사유를 규정짓는다.
예를 들어 정당한 감가상각자산의 감가상각비는 손금 인정을 할 수 있고, 광고홍보비도 비용 처리 범위에 들어가지만 불필요하게 큰 접대비는 지출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다.
아울러 업무와 관련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 지급되는 손해배상금 등도 불산입 사유로 명시해 준법 경영을 유도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세무 당국의 유권해석과 판례가 누적됐다. 법인이 거래관계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지출하는 것은 접대비지만, 겉으로는 접대비로 보여도 수익과 직접 관련해 지출한 비용은 섣불리 접대비로 단정하지 말아야 하며 비용으로 인정할 여지가 있다는 대법원의 2012년 9월27일 판례가 있다.
반면 리베이트 등 반사회적 지출로 보이는 경우 손금 인정을 하지 않는 한편 허위 비용 신고를 시도하면 조세포탈 혐의를 들어 가중처벌까지 할 수 있다고 선언한 지난해 1월29일자 대법원 판례도 있다.
경제활동의 다양성을 전혀 도외시하고 기계적인 해석을 할 수는 없다는 점을 법원이나 세무 당국도 인정한 것이다. 사안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불필요한 지출이나 정직하지 않은 업무 진행 비용에 대해 규제하려는 대전제는 확립된 셈이다.
문제는 코웨이의 경우 불필요한 렌털 채권의 포기와 비용 지출로 볼 여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가장 처음 나온 지난 3일자 코웨이 측 사과공지를 보면 "니켈은 정수기는 물론 수도꼭지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사용된다"는 전제 후 "(문제 상황을 1년 전 인지했지만) 전문가 검증을 거쳐 무해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함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코웨이 일부 정수기 제품 내부 부품에서 미세 박리현상이 발생, 미량의 니켈 성분이 검출된다는 보도에서 니켈을 암으로 유발할 수 있는 성분으로 규정했지만 실제 음용으로 섭취될 경우 신체에 축적되지 않고 일상적 식품에서도 섭취할 수 있는 물질"이라고 평가했다.
여기 더해 "현 사안의 결정적 핵심은 소비자와 즉각적으로 소통하지 않은 점"으로 봤다.
결국 코웨이가 개괄적으로나마 문제 가능성이 있거나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고의로 1년여간의 은폐 및 내심과 다른 '안정성을 강조한 사과문'을 띄운 경우가 아니라면 이번 조치는 순전히 여론에 따른 대응성 지출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하게 채권을 포기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비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부산고등법원 2013년 11월1일 선고 2013누1997 판결)이 나온 바 있다.
◆합의금은 손금? 해외합의 특수케이스만 인정…말 바꾸기 대상 아냐
특히나 코웨이는 이른바 렌털약관에서 하자담보책임 경감 특약을 심어놓는 일련의 개정 작업을 추진해온 업체다. 이런 문제가 일어날 경우 손해배상은 일단 제외하고 교환이나 수리로만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한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웅진코웨이 시절 약관(Ver. Ba100712)을 보면, 제8조 담보책임에서 '을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하여 상품이 고장·훼손된 경우에는 을은 갑에게 무상으로 수리 및 부품교환을 요청할 수 있으며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현재 코웨이 약관(예를 들어 약관 CSJ01150101)은 이 규정을 대폭 손질했다.
Ver. Ba100712 약관 제8조에서 수리, 교환 및 배상 청구 가능성을 모두 언급한 바와 달리, CSJ01150101 약관은 제7조에서 이 책임을 다루며 '고객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하여 고장, 훼손된 경우 고객은 무상으로 수리 및 교환을 요청할 수 있다'고만 한정해 배상 가능성을 아예 닫았다.
다시 같은 조 하단의 제3호에 '기타 담보책임은 품질보증서에 따르고 그 이외 사항에 관해서는 민법 등 법령에 따른다'고 했지만, 이는 적용 범위가 거의 없는 장식성 규정이다. 사실상 위에서 담보책임의 가장 큰 수단 중 하나인 배상을 배제하고 아래에서 '기타사항들'에만 담보책임을 남기겠다는 언어 유희에 불과하다. 
렌털 시에는 민법상 담보책임이 적용되나 이 민법 규정은 '보충적 규정'이지 '강행 규정'은 아님을 최대한 악용한 일련의 개정이 추진돼온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런 약관이 문제가 있고 도의적 비판이 있음은 물론이지만, 그 법적 효력을 부정하기는 곤란하다는 게 문제다. 손금 논란 문제도 여기에 원인이 있다.
법을 악용하는 수준으로까지 배상 책임을 부정해온 행보를 감안하면, 코웨이는 애초 정당한 공지와 연락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교체와 수리 등 처리만 해줄 이상의 법적 의무가 없다.
애써 교묘히 확보한 이 같은 권리를 포기하고 1000억원선의 렌털비 환불이나 기기 회수 및 파기 비용 등을 부담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정당하지 않은 채무 포기 등에 해당한다.
물론 미국 독점금지법 위반 논란을 빚은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법무부에 과징금을 내고 구매자집단에 쟁점합의금을 지급한 경우, 이 쟁점합의금 지출 부분은 손금 처리할 수 있다는 서면-2016-법령해석법인-3195 해석이 나온 바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해당 한국 기업이 독점금지법 위배 가능성에 미 법무부와 이를 인정하는 태도로 일관적으로 일처리를 한 차이점이 있다.
아울러 소비자집단과 합의를 한 후속 행위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어 천문학적 배상 판결이 나올 것에 대비해 경영판단상 이를 합의하는 게 현명할 수 있다는 우리와 다른 차이점을 한국 세무 당국이 인정해준 특이한 사례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법 위반을 인정하고 성실하게 합의를 한 해외사례(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는 특이한 나라 사정도 감안)와 차이가 있다.
처음부터 무해성을 강변하는 '배짱성 사과'에 나섰으며, 이런 사안에 포괄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배상 불가능 약관을 만드는 노력을 과거부터 기울여온 코웨이 사안은 본질 출발선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여러 사안을 감안하면 도저히 포기할 수 없고 그럴 생각도 없는 채권을 포기하거나 불필요한 지출을 단지 여론 역풍을 무마하고자 지출한 경우이므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 보장을 위한 손금 처리와 같은 혜택은 전혀 줄 필요가 없는 셈이다.
오히려 첫 공지의 내용이 전부 잘못됐다는 양심고백이나, 문제성 약관의 무효화를 선언하는 등 선제조치가 있다면 비용성 지출 인정이 가능할 여지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를 집단소송 가능성이 있는 현재 코웨이가 택할지는 미지수다. 말 바꾸기 행보에 불과한 코웨이의 거금 지출을 경제 활성화라는 대전제에서 손금 처리를 해주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