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판교에 부는 창업 열풍이 뜨겁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이하 미래부)와 경기 창조혁신센터는 지난 3월 판교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워 '스타트업 캠퍼스'를 개관했다. 이에 개관 100여일이 지난 스타트업 캠퍼스를 본지가 현장 취재했다.
스타트업 캠퍼스는 마치 외국기업과 유사한 분위기가 흘렀다. 파티션으로 가득한 한국의 여느 사무실과는 다르게 한 테이블에 여럿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으며 곳곳에서는 음악소리도 흘러나왔다.
2동과 3동 사이에 위치한 창조경제혁신상품 전시관을 먼저 찾았다. 이곳에는 총 34점의 아이디어 상품이 전시돼 있었으며 각 제품은 큐레이터가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창의력 앞세운 스타트업 즐비…해외 진출 돕는 착한 본투글로벌센터
가장 먼저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홍채인식 결제시스템 아이리스키3.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 차기작에 홍채인식을 탑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를 미리 체험할 수 있다는 설레는 판단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핀테크산업에서 활용돼 일반 매장에서 사용되는 POS 기기나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중앙 부분의 홍채인식 센서에 사용자의 홍채를 스캔하면 POS기기에 입력된 가격이 결제되는 방식. 단번에 인식이 성공할 정도로 인식률은 우수했다.
또 피부미용과 IT(정보기술)가 결합한 웨이웨어러블(대표 문종수)의 웨이(Way)도 눈길을 끌었다. 도넛 형태의 웨이는 외부 센서로 주변 환경을 체크하고 피부에 접촉하면 현재 피부상태를 알려줘 종합적인 피부관리가 가능하다.
이곳 큐레이터는 "피부 트러블은 화장품이 자신에게 적합한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주변환경도 큰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피부트러블이 발생하면 피부과 약을 남용한다"며 "이런 점에 착안해 피부와 외부환경을 동시에 측정하는 기기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특유의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낙상을 방지한 휠체어 △글로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스마트기기 △5만 볼트의 강력한 충격을 주는 호신용 스마트폰 케이스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제품들이 즐비했다.
이후 'K-ICT 본투글로벌센터(이하 센터)'로 향했다. 센터는 ICT 분야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지원기구로 이미 △컨설팅 4841건 △기업지원 3566 △해외법인설립 26건 △투자유치 1626억원 △해외사업계약 및 제휴 198건 △해외특허출원 358건의 성과를 냈다.
센터 회의실에서 만난 김종갑 센터장은 "늦어도 3년 안에 유니콘 기업(회사가치 1조원 이상)을 육성하겠다. 현재 가능성이 보이는 업체 20곳 정도를 지켜보고 있다"며 "기업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가능성이 보이는 기업에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제언했다.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해외 우수 아이디어, 국내서 꽃피워"
최근에는 해외 스타트업을 국내로 유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글로벌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가 그것이다. 올해가 1회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전 세계 124개국 2439개팀이 지원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마침 글로벌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1차 오디션이 전개돼 오디션 현장으로 이동했다. 한 금발 여성이 심사위원단 앞에서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브리핑하고 있었다.

이 여성은 K팝 전문매체 moonROK를 창간했다. 해외팬층은 한국 연예인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생각보다 힘들기 때문이란다.
이 여성은 "구글 번역을 활용해도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힘들다. 우수한 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다"고 사업 취지를 밝혔다.
이후 등장한 한 금발 남성은 우리 눈에 익숙한 사업아이템 '음식 배달 서비스'를 들고 나왔다. 국민 배달앱 '배달의민족'과 비교하는 이 남성의 모습에서 친근감마저 느껴졌다.
이 남성은 "단기간 여행하고 돌아가는 외국인들은 많은 한국 음식을 접하기 힘들다"면서 "외국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로 많은 한국음식을 전하고 싶다"고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전했다.
외부에서 보는 판교는 IT 기업들이 만연한, 시멘트로 이뤄진 차갑고도 딱딱한 도시의 이미지지만 이날 경험한 판교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여 미래를 준비하는 곳. 여기서 제2의 구글, 제2의 페이스북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형 실리콘밸리 판교의 도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