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기업 브랜드와 동일 사양(스펙)의 제품을 싸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 컴퓨터가 50만원일 때 우리는 40만원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 가좌동에 자리 잡은 성주컴퓨터. 컴퓨터 수리 업무나 소모품을 취급하는 평범한 가게로 보이지만, 이곳은 고양시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 사무실이기도 하다.
고양시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은 성주컴퓨터 같은 6개 업체가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고, 예비 조합원도 30곳에 달한다.
'동네 컴퓨터 가게 사장님'들이 이렇게 모여 협동조합을 결성한 데에는 공동브랜드 컴퓨터라는 꿈이 있었다.
한국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연합회 아래에 고양시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 같은 전국 20개 지역의 협동조합과 3000여개의 지역지부회원들이 모여 협업 네트워크 서비스를 가동할 날을 준비 중이다.
가칭 KOCO 컴퓨터를 싸고 품질 좋은 컴퓨터 브랜드로 만들 비법은 바로 이 협업 네트워크에 있다.
"소비자가 대기업 컴퓨터를 선호하는 이유는 서비스겠죠. 조립 컴퓨터를 살 경우 품질은 밀리지 않지만 서비스를 고민하게 되는 거죠. 그런 걸 같이 해보자는 것입니다. (부품) 품질도 좋은 것으로 하고 AS(애프터서비스) 기간도 길게 하고… 예를 들어 고양시에 살다 우리 컴퓨터를 갖고 서울로 이사가도 AS가 가능하게 하면 판매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임민식 고양시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이 같은 판매망과 서비스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대기업 제품의 서비스센터나 공임체계 등 맹점을 파고들면 자체 브랜드 컴퓨터가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같은 성능의 대기업 제품이 50만원이라면 우리는 40만원, 대기업이 100만원 하는 제품을 우리는 70만원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대기업 제품은 서비스센터 유지 등을 이유로 서비스 비용 자체가 제품값에 이미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스펙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대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공동브랜드가 출범하게 되면 우선은 민수용으로 판매를 하고 향후 정부조달 등 시장도 두드릴 계획이다. 수리 서비스도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대목이다. 컴퓨터 판매 가격 자체도 낮출 수 있을뿐더러 수리 서비스 가격도 마찬가지로 일부 거품이 있다는 것.
실제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사기 수준의 과다 청구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례가 일부 업체에서 자행되고 있다. 
'전국컴퓨터안심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인증을 받은 업소는 이런 문제를 지양하고 수리 내용에 따라 미리 정해진 합리적인 가격표를 받게 된다. 고객이 사전에 가격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같이 판매와 서비스 양쪽 측면에서 네트워크의 효과를 살려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를 펼친다는 구상은 각 지역의 관심을 모은다.
고양시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은 현재 경기도 따복공동체지원센터와 협력을 시작한 단계다. 업종별 간담회를 같이 했고 직접적 지원이 가능한 부분을 고민하겠다는 긍정적 답변도 받은 상태다.
고양시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이 경기도를 대표하는 컴퓨터 관련 사업과 사회적경제의 접점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음은 임민식 고양시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컴퓨터 관련업에 종사한 지 얼마나 됐나?
▲1998년 1월에 사업을 시작했으니 만 18년을 한 셈이다. 경제가 가장 어려울 때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느 컴퓨터 브랜드의 대리점을 했었다. 하지만 대리점 마진을 무시하고 판매하도록 하는 본사 방침에 실망했다. '정말 이 브랜드와 함께 가고 싶다'는 사업 동반자를 찾지 못했다. 고민 끝에 협동조합을 통해 탈출구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협동조합 활동을 해보니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고, 한계점은 무엇인가? 또 어떻게 앞으로 발전 모델을 만들 것인가?
▲제도권 안에 들어가는 게 쉽지 않다. 그리고 공공구매나 이런 쪽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조합 형식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사회적기업 등으로 조직 변경을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컴퓨터안심서비스 인증업소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고객들이 좋아한다. 잘 보이는 벽에 서비스 가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붙여놓으니 믿고 안심할 수 있다.
-앞으로 조합 운영에 신경쓰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고양시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이기도 하지만 한국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연합회 부회장 역할도 하고 있다. 조합원 업체들이 자기 가게를 메인으로 생각하고 조합 활동은 부로 생각하는 면도 없지 않다. 개인사업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한편 컴퓨터 매장들이 할 줄 아는 게 많다. 빔 프로젝터나 폐쇄회로(CC)TV, 앰프, 스크린 등 다른 영역도 일반적 설치는 다할 수 있다. 조합원들과 같이 여러 일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