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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차 노조, 승진보다 특권?

노병우 기자 기자  2016.07.12 16: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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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가 최근 늪에 빠져들고 있다. 상반기 실적이 경쟁 브랜드에 비해 좋지 못한 데다 올해 임금교섭 결렬을 선언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 노조)가 5년 연속 파업수순을 밟고 있어서다. 여기에 노조는 이해하기 어려운 요구까지 하고 있다.

실적과 파업은 차치하고 현대차 노조가 제시한 요구안 중 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은 바로 '승진 거부권'이다.  

사실 직장인들이라면 대부분 승진을 바란다. 저마다 승진의 기회를 잡기 위해 전력투구하다 보면 개인의 성취와 자아실현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런 노력들이 모여 회사의 발전을 이루기도 한다.

현대차 노조는 왜 이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가. 골자는 이렇다. 대리에서 과장 승진을 할 경우 노조 조합원 자격이 사라지기 때문에 조합원으로 남을 수 있도록 승진을 거부할 권한을 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차 노조는 왜 조합원 자격에 집착하며, 만년 대리로 남으려 하는가. 노조의 설명에 따르면 현대차는 과장부터 연봉제(실적과 업무능력에 따라 점수를 매겨 임금을 차등화하는 방식)와 인사고과시스템이 적용된다.

즉, 과장 승진을 거부하고 대리로 남으면 강성노조라는 울타리 안에서 '고용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노조도 이들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경우 조직력을 키울 수 있다. 이는 현대차 노조의 퇴행적인 사고와 조직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쉽게 말해 현대차 노조 중 일부는 최근 불경기가 지속되고 여기저기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실시되는 만큼 안정적인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리로 생활을 하는 게 더 이득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승진을 하지 않아도, 경쟁을 하지 않아도 대리로 정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연봉 1억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현실에 안주하기 위해 승진을 거부했든, 승진을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했든, 그런 인재들이 모인 회사가 발전할 수 있을까. 발전은커녕 오히려 퇴화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더욱이 노조원의 특권을 누리기 위해 승진을 거부하는 모습은 승진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다수의 일반 직장인들에게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