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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건전한 섹스, 안전한 섹스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기자  2016.07.11 11: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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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2004년 우리나라 최초로 공중파방송에서 콘돔의 모습이 방영됐다. 질병관리본부와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공동으로 시행한 에이즈(AIDS, 후천성 면역결핍증) 예방캠페인이었는데, 콘돔사용 권장광고를 통해 에이즈 감염자의 증가를 막겠다는 의도에서 콘돔을 화면에 등장시키는 과감한 시도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현재도 상업적 목적의 콘돔광고는 불가능하다. 콘돔이 의료기구로 분류돼 광고승인은 무척 까다롭고, 단지 예외규정에 의해 판매만 자유롭게 이뤄질 뿐이다.

당시 방송 이후 콘돔을 사용해 안전하게 섹스를 한다면 아무하고나 어떤 형태로 섹스를 해도 괜찮으냐는 논란이 있었다. 사실 오래 전부터 도덕적으로 건전한 섹스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은 있었지만 시대적 변화에 따라 효율성은 의문시되고 있다. 

서구에서는 60~70년대 이후 건전한 섹스(healthy sex)에서 안전한 섹스(safe sex)로 교육방향을 전환했다. 종족번식의 수단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섹스가 생활의 일부분이고 즐거움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여성들도 과거 남자들에 의해 강요되던 순결보다는 여성들의 성적자유와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즘처럼 하룻밤의 사랑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현실에서 건전한 섹스를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반면, 안전한 섹스에 대한 정의는 비교적 단순명료하다. 남자에게 있어서 안전한 섹스란 성병에 걸리지 않는 섹스를 의미하고, 여자에게는 성병에 걸리지 않고 원치 않은 임신이 되지 않는 섹스가 안전한 섹스다.

에이즈는 1950년대 후반 중앙아프리카의 녹색원숭이에서 유래돼 전 세계로 전파됐다. 유엔의 에이즈기구(UNAIDS)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에이즈 감염환자가 400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많은 국가들이 범국가적으로 에이즈 예방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건 의학의 발전으로 에이즈는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며, 적절한 치료를 통해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 됐다.

우리나라에는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제재에 의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85년 처음으로 에이즈 감염자가 발견된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70~80%가 이성간의 접촉, 10~20%가 동성연애자, 10%가 수혈이나 혈액제재를 통한 감염이다. 현재 감염자의 대부분은 남자들이지만 최근 여성감염자수가 늘고 있다.

에이즈에 대한 편견이나 잘못된 지식도 많다. 에이즈 보균자와 섹스를 하면 무조건 에이즈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감염확률은 1% 이하다. 남자가 보균자일 경우 여자에게 옮겨줄 확률은 조금 더 높고, 항문성교를 하면 점막이 손상될 수 있어 더 위험하다. 구강성교만으로는 감염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또 보균자와 변기를 같이 사용하더라도 감염이 되지는 않으나 면도기를 함께 쓸 경우에는 상처가 날 수 있어 감염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에이즈 바이러스는 인체 밖으로 나오게 되면 생존이 어려우므로 모기에 의해서 옮겨지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에이즈를 비롯한 성병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방어수단은 콘돔이다. 과격한 성행위로 콘돔이 찢어지지 않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정 후 음경이 축소되면 틈이 생겨 정액이 누출 될 수 있으니 사정 후 바로 음경과 콘돔을 손으로 잡고 빼서 마무리를 해야 한다.

건전한 섹스가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섹스의 안전에 더 관심을 기울일 때다. 많은 나라에서 섹스를 대범하게 표현하며 성병의 위험성과 콘돔사용에 대한 광고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담배의 해악에 대해서 적나라한 광고를 시작했는데, 성병이나 에이즈를 예방하기 위해서 안전하지 못한 섹스에 대해 보다 노골적이고 강력한 광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