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지난달 롯데리아는 데리버거·오징어버거·치킨버거 3종을 묶어 5000원에 판매하는 '육해공 이벤트'를 벌였다. 김밥 한 줄이 2000~3000원인 마당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런데 이벤트 내용을 확인한 소비자들은 눈을 의심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수백 곳의 매장명이 적혀 있는데 '행사 적용 매장'인가 싶지만 정반대다. 이들은 모두 '행사 제외 매장', 총 382개나 된다. 롯데리아는 전국 1303개 매장을 갖춘 초대형 체인이지만 전체 매장의 30%가 특정 이벤트를 거부한 것을 두고 뒷말이 적지 않았다.
특히 △인천공항1층·3층 △인천공항A/S동편 △인천공항탑승동 등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한 네 곳은 모두 이벤트 대열에서 제외됐다. 롯데리아뿐 아니라 거의 모든 공항 입점 매장은 이벤트 또는 제휴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가히 '할인 무풍지대'로 통하는 공항의 위엄이다.
지난해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인천국제공항 내 음식 값이 서울 시내 평균에 비해 4000원 넘게 비싸 빈축을 샀다. 특히 김치·된장찌개, 비빔밥을 9500원에 판다는 것에 상당수 대중은 놀라움과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비싼 '공항물가'는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 탓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상식이었다. 일례로 면세점 창고의 경우 서울 강남 오피스보다 3.2배, 명동 중심지에 비해 2.9배 비싼 임대료가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푸드코트를 비롯해 면세점을 제외한 상업시설 임대료 역시 '공항 프리미엄'이 적용된다.
덕분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2010~2014년까지 임대료 수익만 약 3조원, 1년 평균 7200억원 넘게 챙겼다. 2014년 공사 총수익(매출액·연결기준) 1조7545억9000만원 기준으로 44.2%가 임대수익인 셈이다.
그런데 '9500원 김치찌개'에 성난 여론을 의식한 탓일까? 작년 11월 인천국제공항 식당가는 대변신했다. '푸드엠파이어'(아워홈), '푸드온에어'(CJ푸드빌) 등 대기업 식당체인에 6000원대 메뉴가 전면으로 등장했고 파리바게트, 스타벅스, 롯데리아, 타코벨 등도 시중 매장과 같은 값을 받기 시작했다.
임대료 부담에 비쌀 수밖에 없다는 공항 먹거리가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지적당한지 불과 몇 개월도 안 돼 합리적으로 조정된 것이다. 공사 측이 임대료 부담을 덜어준 것이라면 논리적이지만 사실은 좀 다르다.
지난해 3월 인천공항공사는 제3기 식음료 매장 운영업체로 △CJ푸드빌 △SPC그룹 △아워홈 △아모제푸드 △풀무원ECMD 등 5개 업체를 선정했다. 이들은 오는 2019년까지 매년 임대료로 470억원을 내는데 이는 2기 사업자(242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뛴 것이다. 원년멤버 워커힐호텔이 철수한 것도 임대료 부담 때문이라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입점 기업들이 비싼 공항물가의 책임을 떠안은 셈이다. 업체들은 공항 입점 이유에 대해 하나같이 매출증대 보다 브랜드 홍보에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반기에만 3500억원의 흑자를 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5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사실상 최고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C등급 이상을 받은 기관은 등급에 따라 수천만원대의 성과급이 지급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2014년 상임기관장 연봉은 기본급 1억2000만원에 경영평가 성과급 5800만원을 더해 1억7800만원을 받았다. 지난 2월 취임한 정일영 사장 역시 2억원 안팎의 연봉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기업과 이용객들의 주머니에서 뽑아낸 경영성과다.
문제는 공사의 주수익원인 상업시설은 면세점을 중심으로 적자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공항은 북적이지만 환승객은 줄고 '돈 되는' 고객은 인터넷과 시내면세점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올해 5월 기준 인천공항 7개 면세점은 932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0.2% 늘었지만 달러로 환산하면 오히려 7% 넘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인천공항 이용객은 9.4% 증가했다.
이 와중에 공사는 면세점 판매액의 30~37%를 임대료로 떼는 반면 시내면세점은 고객을 끌어오는 가이드에 20%대의 인센티브를 준다. 가이드들이 아예 '공항면세점은 비싸다'는 소문을 내며 시내면세점을 추천한다는 얘기도 있다. 은행과 식음료 부문도 상황이 비슷하다.
공항공사가 당장 돈이 되는 임대료에 치중해 국제공항으로서의 경쟁력 강화는 뒷전이라는 비난도 이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의 명성은 빠르게 퇴색하고 있다. 국제공항협의회(ACI)의 '세계 공항 서비스평가(ASQ)'에서 지난해까지 11년째 1위(4.978점)지만 2위 싱가포르 창이공항(4.974점)과 차이는 불과 0.004점, 격차는 매년 줄고 있다. ASQ와 함께 양대 공항평가로 불리는 스카이트랙스(SKYTRAX) '올해의 공항 순위(WORLD AIRPORT AWARDS)'는 이미 3년 전 역전됐다.
공항 관리도 허점투성이다. 2014년 항공교통서비스평가(2년 마다 실시)에서 국내 4개 공항중 이용자 만족도 최하위에 머문 것부터 지난해 내부문건 무단 유출 사건 당시 승객 113만명의 여권정보를 암호화 없이 방치해 문제가 됐다.
올해 초에는 수하물처리시스템 고장으로 항공기 160여편이 지연되는 초유의 소동이 벌어졌으며 비슷한 시점에 두 번이나 밀입국자 색출에 실패하는 등 보안상 구멍이 드러났다. 지난 3월에는 감사원으로부터 인천공항 교량, 지하철 건설 과정에서 부실시공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요즘 한국 사회에서 고수익 임대사업자는 선망의 대상이다. 꿈이나 개척할 여력, 질 좋은 기회 모두 고갈된 상황에서 꿈꿀 수 있는 빛 좋은 허상이 공기업의 가장 주수익사업이라는 사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