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글쓰기로 오랜 기간 소설과 명상적 산문을 발표해온 작가 정찬주가 펴낸 '이순신의 7년'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완전무결한 '영웅 이순신'이 아닌, 백성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인간 이순신'이다.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남몰래 눈물을 훔치고, 용맹함 이면의 두려움을 드러내고, 군사를 책임진 장군으로서 결정 앞에서 고민하고 망설이는 한 인간의 입체적인 면모를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이순신의 모습은 충청도 아산 사투리에 묻어나면서 친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되살아난다. 등장인물이 그 지방의 토박이말을 쓰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발표됐던 많은 역사소설에서 이순신은 표준말을 사용했다.
그러나 서울 건천동에서 태어나 팔 세부터 삼십이 세로 무과에 급제할 때까지 충청도 아산에서 살았던 이순신이 표준말을 쓰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사람은 언어라는 틀 안에서 생각하고, 언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게다가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그 당시의 문화 및 생활상을 반영한다. 사투리로 말하는 이순신을 그려냈다는 것은 인물의 진짜 모습, 진짜 생각을 꾸밈없이 표현해내겠다는 정찬주 작가의 의지 표명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영웅 이순신' 이라는 눈부신 광휘에 가려져온 '진짜 이순신'을 재현해내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작가정신이 펴냈고 가격은 1만5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