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게임산업의 대표적인 규제로 꼽혀온 '셧다운제 완화' 카드를 정부가 또다시 내밀었지만 실행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미 19대 국회에서 반대에 부딪혀 한 번의 고배를 마신 데다 게임업계조차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
앞서 정부는 지난 5일 발표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에서 셧다운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원화돼 시행 중인 2개 셧다운제를 단일화하는 게 핵심이다.
◆해외선 이미 폐지, 19대 국회선 '현행 유지' 거세
현행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 중 강제적 셧다운제는 여성가족부 소관으로 지난 2011년 11월부터 시행된 제도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대(0~6시)게임을 금지하는 것이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인 선택적 셧다운제는 부모 등이 요청할 경우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게임 접속시간을 제한하는 제도로 지난 2012년 7월부터 시행됐다.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은 강제적 셧다운제(청소년보호법)는 부모 허락시 해당 시간에도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선택적 셧다운제(게임산업진흥법)는 적용연령을 16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이다.
하지만 셧다운제 법안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19대 국회 당시 정부가 추진한 관련 셧다운제 완화 법안에 대해 여성가족부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었던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나경원 의원(새누리당) 등 여러 의원들이 반대를 표명했다.
당시 셧다운제 완화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던 모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셧다운제를 시행한 지 올해 4년째인데 누구의 요구에 의해서 완화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게임업계에서도 셧다운제를 완화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무엇을 위한 완화인지, 그리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명확하게 해명을 한 후 법안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셧다운제 유지 이유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013년 내놓은 '게임과몰입 종합 실태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셧다운제 시행 후 게임 과몰입과 과몰입위험군이 감소했다. 또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건강을 지키는 수면권을 보장해 주고, 게임으로 인한 부모와 아이들 간 갈등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이에 국회 안팎에서 셧다운제 완화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청소년, 부모,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청회 등을 열어 정부가 정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입업계 "이미지 개선" 긍정적…더 나아가 '폐지' 주장도
셧다운제 완화 정책에 대해 게임업계와 협회도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셧다운제가 게임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지는 않았지만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미친 만큼 긍정적인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셧다운제를 완화한다는 것은 일단 게임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라며 "게임이 유해하다는 인식도 많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셧다운제 완화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수면시간과 생활패턴이 규칙적인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청소년들 역시 수면시간과 행동패턴이 다른데 일괄적으로 획일화 시키는 법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이하 협회)는 완화에서 더 나아가 '셧다운제 폐지'를 해야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게임산업 규제정책의 전환 필요성 및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게임 사업체수는 지난 2009년 3만개에서 2014년 1만4000개로 절반 이상 줄었고, 종사자수도 9만2000명에서 8만7000명으로 감소했다.
협회 측은 이 같은 셧다운제 등이 게임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협회 한 관계자는 "강제적으로 모두 막는 것이 아니라 모두 허용해주고, 개별적으로 요청이 오는 것에 대해서만 제재가 있어야 한다"며 "셧다운제는 태국을 비롯한 베트남, 중국, 미국, 일본 등에서 실효성 논란으로 이미 폐지된 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국내보다 더 먼저 셧다운제를 시행했던 곳에서 실효성이 없어 폐지한 법을 우리나라만 뒤늦게 시행하고 있는 것은 세계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셧다운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환경과 관계자는 "셧다운제 완화 정책은 부모의 자녀에 대한 효과적인 게임 이용 지도를 가능토록 한 것"이라며 "이는 청소년의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