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강도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각종 부실과 비리가 드러나면서 시중은행들이 연이어 여신 등급을 하향 조정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책은행은 여전히 '정상'으로 분류해 방만경영과 분식회계를 방치한다는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여신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강등시킨 데 이어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하향 조정에 나섰다.
KEB하나은행은 정상 분류했던 대우조선해양의 여신 등급을 지난달 말 '요주의'로 하향 조정하고 충당금 580억원을 추가 적립했다. NH농협은행도 지난달 30일 '요주의'로 낮추면서 충당금 450억원을 쌓고 1조3000억원 규모의 '빅배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 규모가 수조원에 이르는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산은)과 수출입은행(수은)은 여전히 정상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두 은행의 대우조선 여신은 13조원(산업은행 4조, 수출입은행 8조9000억)으로 금융권에서 가장 많다. 이 때문에 요주의로 내릴 시 충격이 커 여신등급 조정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 은행이 대출액의 손실을 대비해 쌓아야 하는 충당금은 채권의 등급에 따라 달라진다. 각 채권은 5단계 등급에 따라 충당금 비율도 달라지는데 △정상(0.85%) △요주의(7~19%) △고정(20~49%) △회수의문(50~99%) △추정손실(100%) 등이다.
이들 국책은행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익스포저는 4월 말 기준 19조867억원 수준으로 전체 익스포저(22조8302억원)의 약 83.6%에 달한다.
만약 산은과 수은이 여신 등급을 요주의로 낮출 경우 7~19%에 해당하는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고,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에 대규모 자본확충을 요청해야 한다는 논리다.
산은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여신이 아직 연체 이력도 없고 자구안을 추진 중인데 정상화를 지원하는 입장에서 선제적으로 부실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하반기까지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채권인 대우조선 여신에 대해 국책은행이 발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