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지난 3일 오전 서울 인사동 거리 벽면에 물감에 적신 생리대와 여성 속옷이 내걸렸습니다. 행인들이 한 번씩은 쳐다볼 수밖에 없는 광경입니다. 이는 한 여성 커뮤니티가 기획한 '생리대 부착 프로젝트'로 여성에게 필수 불가결한 생리대의 가격인상을 비판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합니다.
다소 과격하기까지 표현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프로젝트의 시작이 가난의 상처를 공감하고 보듬는 시도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달 업계 1위 유한킴벌리가 주요 제품 가격 인상을 결정한 직후 생리대가 없어 결석을 한 소녀의 사연이 언론에 소개됐습니다. 가난 탓에 수건을 깔고 누워서 생리가 끝나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는데요.
여기에 신발깔창을 대신 사용했다는 한부모가정 여학생, 생리대 값이 부담스러워 창피함을 무릅쓰고 보건실을 수시로 찾아오는 경우 등 저소득층 여학생의 깊은 상처는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업체의 가격정책을 비난하는 여론이 뜨거웠지만 유한킴벌리는 계획대로 신제품 가격의 7.5% 인상을 강행했습니다. 그나마 인상 품목이 한정된 게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은 업체의 가격인상 이유가 터무니없음에 분노했습니다. 퍼포먼스 기획자인 위마드 측은 "2010~2015년까지 생리대 주원료인 펄프 가격은 29.6% 하락했고 부직포도 7.9% 값이 내렸는데도 생리대 값은 24.59%나 올라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세 배 가까이 웃돌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날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생리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무지와 사회적 편견을 날카롭게 꼬집었습니다.
벽면에는 '생리대 비싸서 신발 깔창 써야하는 학생들' '임신과 출산은 고귀하지만 생리는 숨겨야 할 부끄러운 일?' '학창시절 생리대는 마약 밀거래처럼 은밀하게 주고받아야 했다. 대체 왜?' 등의 문구가 빼곡하게 붙었습니다. 여성이라면 한 번쯤 겪었음직한 불편과 께름칙한 시선에 대한 반발입니다.
물론 진짜 생리혈을 펼쳐 보인 것 같은 표현방식은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좋은 취지가 과격한 표현에 묻혔다는 지적이 적지 않으니까요.
다만 오랜 세월 터부시 됐던 '여성의 월경'이 거리와 온라인 공론장에 주요 주제로 등판한 것 자체는 분명한 성과입니다. 힘겹게 공론화의 '링'에 오른 만큼 부당한 인식과 비합리적인 가격 거품까지 말끔히 씻어낼 수 있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