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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개저씨' 잡는 오메가패치와 익숙한 그림자

피해자가 가해자 돼 휘두르는 또 다른 폭력

뉴미디어부 기자  2016.07.05 09: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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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4일 출근시간이 지날 무렵, 인스타그램 오메가패치 페이지에 남성들의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모자이크 되지 않은 얼굴 사진에는 촬영 일시와 위치, #후장XX #오메가남 등의 해쉬태그(#)가 달렸습니다. 이들은 버스, 전철 내 임산부 배려석을 무단 점거한 죄로 얼굴이 '박제'된 겁니다.

오메가패치는 파파라치 사진으로 수많은 특종을 낚은 '디스패치'를 패러디한 이름입니다. 대중교통 배려석을 '배려하지 않는' 승객의 얼굴을 폭로하고 저격하는 게 목적입니다. 지난달 30일 개설된 페이지는 4일 현재 4100명 넘게 팔로우했고 180여명의 얼굴사진이 게시됐습니다.

사진 밑에는 악의적이 댓글이 적지 않습니다. '조건만남 하러 가는 길인가보다' '창X임을 못 알려서 안달 났네' 등 수위도 상당합니다. '배 좀 보소. 관리 안하나' '피부 더럽다' 등 외모지적도 빠지지 않습니다. '소라넷'으로 대표되는 몰카 범죄의 일부 단면을 빼닮은 것이 우연은 아닐 겁니다.

오메가패치에 대한 찬반은 팽팽합니다. 비판적인 이들은 '남의 얼굴을 몰래 찍어 SNS에 올리는 것은 범죄다' '도촬로 배려를 강요하는 게 상식적이냐'며 반발합니다.

반면 찬성하는 이들은 '처음부터 배려석을 비워뒀으면 찍힐 일도 없다' '지금껏 여성들의 몰카 피해는 구경만 해놓고 이제 와서 고소 운운하는 것은 비겁하다'며 맞섭니다.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지만 상당수는 남녀 성대결과 혐오 논란으로 소모되는 분위기입니다. 동시에 핑크카펫의 순수한 도입 의도는 이미 지나간 이야기 취급을 받고 있어 씁쓸합니다.

오메가패치에 대한 높은 관심은 '오죽하면…'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됩니다. 하지만 '배려하는 사회'라는 공공선을 앞세우면서 '신상박제' '몰카' '노골적인 외모비하'가 동원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는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뀌어 휘두르는 또 다른 폭력에 불과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