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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대의 글쓰는 삶-7] 단순한 세상, 복잡한 생각

이은대 작가 기자  2016.07.04 18: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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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녀석이 아침부터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 주에 봤던 기말고사의 성적이 오늘 발표된다고 한다. 초등학교 기말고사라는 시험의 결과가 고민할 정도의 문제일까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이것도 성장하는 과정의 일부라는 생각에 지켜보기로 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했으니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이 초조한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고민하고 염려하고 근심하는 것이 삶을 얼마나 힘겹게 만드는 것인지.

세상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다. 다만, 단순한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생각이 복잡하기 때문에 자주 고민에 빠지고 걱정과 근심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한때 담배를 끊으려고 애를 쓴 적이 있었다. 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저 건강을 위해 담배를 꼭 끊어야겠다고 결심을 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고, 결국 '내가 도대체 왜 담배를 끊어야 돼?'라는 자기합리화로 지금껏 줄기차게 피워대고 있다.

문제는 담배를 끊었느냐, 아니면 계속 피우느냐 하는 것이 아니다. 끊으려고 애를 썼던 그 과정이 너무나 괴롭고 힘들었다는 말이다. 담배를 끊지도 못했으면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를 괴롭히며 아주 힘겨운 시간을 보냈으니 의미 없는 시간낭비를 한 셈이다.

담배를 끊기 위해서는 딱 두 가지의 방법 밖에 없다. 첫 번째는 담배를 한 대 피울 때마다 손가락을 하나씩 자르는 거다. 그러면 절대로 담배를 피울 수 없다. 당장이라도 끊을 수가 있다.

두 번 째 방법은 매일 꾸준하게 담배 피우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간혹 '그런 말을 누가 못해?' 라며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잘 생각해 보라. 담배를 끊는데 또 다른 방법이 있는지.

첫 번째 방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뉜다. 매일 꾸준히 담배 피우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며 금연에 성공하든지, 아니면 계속 담배를 피우든지.

방법은 너무 뻔한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건강을 위해 금연을 해야겠다는 마음과 계속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의 충돌을 일컬어 '욕심'이라고 한다. 담배도 피우고 싶고, 건강도 지키고 싶다는 말이다.

세상 일이 대부분 마찬가지다. 좋은 대학에 가고 싶으면 열심히 공부를 하면 된다. 공부를 하기 싫으면 대학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공부는 하기 싫으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싶으니 근심과 걱정이 쌓이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다이어트를 하고 날씬하고 멋진 몸매를 갖고 싶다. 먹는 양을 조절하고 매일 열심히 운동을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먹고 싶다는 욕구도 뿌리칠 수 없고, 멋진 몸매도 가지고 싶으니 작심삼일로 다이어트를 실패하면서 번뇌와 갈등에 한숨만 쉰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리게 되는 모든 선택에는 포기와 책임이 따른다. 좋은 대학에 가겠다는 선택을 했으면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시간을 포기하는 것이고,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선택했다면 대학진학 실패에 대한 책임을 안아야 한다. 선택은 분명하게 하면서도 포기와 책임은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걱정, 고민, 근심 따위가 생겨나는 이유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다. 흔히 업무보다는 인간관계 때문에 갈등이 많다고 한다. 여기서도 답은 두 가지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사람들과 잘 지내거나.

직장상사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불평하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직장상사의 스타일에 나를 맞춰야 한다. 아부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불합리한 지시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나의 의견을 내세울 수 있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상사의 업무스타일에 나를 맞추는 것 또한 직장생활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인생의 큰 고비를 겪는 과정에서 절실히 깨달은 바가 한 가지 있다. 걱정과 근심이란 것이 얼마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인지. 그래서 누구를 만나든 강하게 얘기한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문제들을 단순하게 보는 습관을 들이라고 말이다. 의외로 꽤 많은 문제들이 명확하고 단순한 선택 사이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히 눈에 보이는 선택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우리 마음의 '욕심' 때문이다.

가방을 메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는 아들에게 말했다.

"아마 오늘 발표되는 성적은 정확히 네가 공부한 만큼 나왔을 거야. 그리고 아빠는 네가 공부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잖아. 성적표에 몇 점이 나왔든 넌 이미 백점이야. 걱정하지 마. 아들."

이은대 작가 /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최고다 내 인생> 등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