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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게 칼럼] "바다향 물씬, 나는야 멍게"

송준 칼럼니스트 기자  2016.07.04 18: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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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개성 강한 생김새와 물컹한 식감, 짭쪼름하고 알싸한 바다 비린내로 호불호가 갈리는 수산물인 멍게는 한번 맛을 들이며, 입안 가득 퍼지는 청량감과 향미로 입맛 없는 여름철 찾게 되는 음식이다.

멍게는 가운데를 잘라야 먹을 수 있는 부분을 드러내는데, 노란색의 물컹거리는 덩어리가 마치 스크램블 에그처럼 보여 이탈리아에서는 'uovo di mare' 바다의 달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멍게를 '우렁쉥이'라고도 부르는데, 사실은 우렁쉥이가 표준어고 멍게가 사투리였다. 시간이 흘러 우렁쉥이보다는 멍게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지금은 멍게와 우렁쉥이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는 상대방의 어리석은 행동을 힐난하거나 비난할 때 곧잘 멍게에 비유하고는 한다. 문어가 글을 아는 생물이라고 선비대접을 받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수산물들을 제쳐놓고 멍게가 쓰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울퉁불퉁하게 못생긴 외견보다는 멍게의 자연습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양식이 아닌 자연 상태에서의 멍게는, 바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떠다니는 플랑크톤을 통해 영양분을 얻는다. 

시간이 흘러 성체가 돼 주로 바위 밑이나 산호초 등에 자신의 보금자리를 마련, 안착한 후에는 '더 이상 뇌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 나머지 스스럼없이 자신의 뇌를 먹어버린다. 

불필요한 기관을 제거하는 모습이 바닷속 생태계에서는 자연스러울지도 모르나 사람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다소 별난 모습이다. 

해삼, 해파리와 더불어 '바다의 3대 저칼로리 수산물'로 불릴 만큼 멍게는 지방질이 적고 풍부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타우린 성분을 다량 함유해 피로해소는 물론 노화를 방지한다. 

알싸한 맛을 내는 신티올 성분은 멍게만의 달콤쌉싸름한 맛을 내 식욕을 부르기도 하지만, 인슐린을 촉진해 당뇨병 예방에도 도움된다. 이 외에도 멍게는 수험생에게 특히 좋은 음식이다. 

멍게로 섭취할 수 있는 플라스마로겐 성분은 '기억력'과 '학습능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아주고 자연스레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 효과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멍게는 크게 △붉은멍게 △비단멍게 △돌멍게가 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붉은멍게는 그 모양이 마치 꽃이 활짝 핀 모습과 닮아 꽃멍게라고도 부르는데, 시원하고 향긋한 맛을 자랑한다.

매끄러운 표면만큼이나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으로 인기가 높은 비단멍게는 비단처럼 고운 빛깔을 보여주는데 아쉽게도 현재로써는 양식이 불가능하다. 

끈멍게라고도 불리는 돌멍게는 비단멍게와 마찬가지로 양식이 되지 않아 붉은멍게보다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생김새는 돌덩어리같이 생겼지만, 맛과 향이 좋아 찾는 이가 많다.

송준 칼럼니스트 / 다음 라이프 칼럼 연재 / 저서 <오늘아, 백수를 부탁해>, <착한가게 매거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