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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현상경품' 족쇄 풀려도 정중동…'조커'는 아껴둘 때?

국내시장 물론 면세점서도 저울질 중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7.04 15: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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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경품고시가 사라진 가운데 활용법을 놓고 유통업계가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고시 폐지로 인해 다양한 경품 방법 마련에 숨통이 트였다는 업계의 반응도 잠시, 갑작스런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에 올 여름시즌 경품 현황을 진단해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경품 가액과 총액한도를 규제한 '경품류 제공에 관한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 폐지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이 폐지 조치에 따라 이달부터 상품을 산 소비자(통칭 구매고객)에게 추첨 등으로 제공하는 '소비자 현상경품'의 한도를 2000만원으로 정하던 제한선이 사라지게 됐다.

상품 구매 여부와 무관하게 추첨으로 경품을 주는 '공개 현상경품'과 상품 구매 비용에 비례해서 제공되는 '소비자경품' 관련 고시는 이미 1997년, 2009년 각각 폐지된 바 있다.

현상경품 즉각 확대 대신 금이나 억대 포인트 주기 초점

이달 여름세일 시즌에 맞춰 유통업계가 내놓은 경품 상황을 살펴보면, 신세계백화점은 여름세일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캐리비안 베이 S-패키지' '오션월드 패키지' '해운대 프라이빗 비치 예약권'을 증정하는 바캉스 이벤트 3총사를 준비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여름세일 기간 중 갤러리아카드 당일 7만원 이상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중국 계림 클럽메드 프리미엄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의 2인 3박 숙박권 경품을 총 2명에게 증정한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내건 액수가 크다. 17일까지 진행되는 백화점업계의 여름세일 기간에 쇼핑 지원금 1억원을 1명에게 제공하는 경품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것. 현대백화점이 여름 정기세일에 고가의 경품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매고객에 한정하지 않고,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진행하기로 방향을 정해 눈길을 끈다.

롯데백화점은 여름시즌에 금 3억원어치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전국 모든 점포에서 응모가 가능하며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진행된다.

앞서 시장은 고시 제도 변화로 인해 업계가 구매고객을 위한 경품의 추진 규모를 즉각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하지만 이같이 업계가 정중동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 반응이 빗나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2014년을 전후해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이 최고의 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액수 규모가 확장됐고, 현재의 반응 역시 당시의 흐름을 따라가는 상황이라는 것. 

과거 롯데백화점은 2014년 1등에게 10억원을 증정하겠다고 나서 역대 최대 경품이라는 평을 얻었고, 지난해에는 100명에게 학자금 100만원씩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행사도 마련했었다.

종합하면 현재의 경품 이벤트는 과거 이미 정점을 찍은 지출 액수 규모 안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브렉시트)과 불황의 장기 지속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이어지는 점을 감안해 전체적인 경품 이벤트 틀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 

◆외국인 상대 면세점 경품 동향도 큰 변화 없다?

면세점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현재 면세점 경품 행사 중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억대 경품 등을 제시하는 이벤트가 급히 마련된 예는 눈에 띄지 않는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1달러 이상 구매하면 누구나 응모 가능한 이벤트를 진행 중인데, 이 경우도 1등에게 신라면세점 최고등급인 블랙프레스티지 멤버십 등급을 부여해주고 300만원 상당의 선불카드를 증정하는 정도다.

그중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롯데면세점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아파트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1억원 상당의 중국 선양 소재 아파트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한국 내 롯데면세점을 방문한 중국인은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경품 응모를 할 수 있다.

면세점의 이 같은 조용한 움직임도 이번 고시 폐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에 따르면 경품 혜택 대상이 내국인인지 외국인지와 상관없이, 이번 고시 폐지로 함께 적용을 받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장이 국내에 있으므로 모두 같은 고시의 적용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과거에도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외국인 고객에게 아파트 등을 내걸 수 있었고, 구매고객을 상대로 하는 이벤트의 경우 경품 액수 상한선이 이번에 풀린 셈이다.

따라서 외국인 대상 경품의 경우라도 이번에 크게 제도 변화 바람을 타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것. 

'불경기 극심' 일단 고객 끌어들이기에 초점 가능성

그렇다면 왜 이번 제도 변화가 이벤트에 바로 반영되지 않는 것일까?

앞서 실제 구매한 고객이 참여할 수 있는 대형 경품 행사를 열면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풀이가 유력했다. 고객 처지에서도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경품이 주어지면 추첨의 범위가 좁아져 경품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게 되므로 구매 참여가 유도된다는 것.

다만, 유통업계가 불황 직격탄을 맞아 일단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부터 초점을 두고 있어 이런 예상이 우선은 빗나갔다는 풀이가 나온다.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비싼 경품을 제시해서라도 사람들을 오게 하는 게 급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응모권만 작성하고 그냥 집에 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면서
"문턱을 넘으면 일단 뭐라도 사고 간다는 데 희망을 걸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영업이익 기준, 롯데백화점이 15% 감소,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4% 감소, 현대가 0.2% 줄어드는 등 타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앞으로 제도 변화를 십분 활용한 경품 마케팅이 활성화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소비자 현상경품에 묶여 있던 한도가 폐지되면 소비자에게 제안할 수 있는 경품의 수와 종류가 늘어나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다양한 경품을 통한 이슈화 시도 가능성은 여전히 있고, 이 카드의 활용은 실제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업계에 이번 고시 폐지는 크게 반가운 이슈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그 카드를 꺼내들 때만 저울질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