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해외여행을 가보면 의외로 서울만큼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이 잘돼있는 곳이 드물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물론 뉴욕·도쿄같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복잡한 지하철 노선을 가진 대도시도 있지만 대부분의 세계도시들은 우리 수도권만큼 북적이지 않아서 그렇겠죠.
2013년 처음 캐나다 토론토에 갔을 때 놀라서 찍었던 사진입니다.

전선이 위에 깔려 있고 아스팔트 도로 위에 레일을 내서 달리는 노면 전차, 트램을 사진이 아닌 실물로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토론토는 지하철 노선이 아주 간단해서 동~서, 남~북을 가로지르는 두개 라인뿐이며, 나머지 지역은 '스트릿카' 라고 불리는 트램이 구석구석 운행하고 있죠.
국내에서는 '경성전차'라는 이름의 노면전차가 1898년 12월에 서울 서대문~청량리 구간에 처음 개통된 뒤 사대문 안을 중심으로 연결됐다고 하죠. 한때는 창경원~돈암동 네거리까지 연장됐지만, 광복 이후 늘어난 자동차 교통량과 교통수단의 변화로 1968년에는 모두 버스로 대체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사실 트램은 장점이 많은 대중교통입니다. 전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공기 오염이 다른 대중교통에 비해 적고, 땅을 파거나 구조물을 세울 필요가 없어 설치비용도 훨씬 저렴합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홍콩의 2층 트램 등 세계 여러 곳의 관광도시들은 트램을 관광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죠.
이런 트램이 국내에서도 다시 부활할 기미가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취임 2주년을 맞은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상주인구 100만명을 대비한 제주형 교통체계 구축을 목표로 강력한 혁신을 통해 도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편리하고 안전하게 교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하고 향후 2년간 교통체계 개편에 총 사업비 3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안건을 제시했습니다.
이 교통혁신 계획에는 트램·자기부상열차 등 신교통수단에 관한 것도 담았는데요. 사실, 트램에 대한 얘기는 이번 제주도가 처음은 아닙니다. 몇 년 전부터 수도권 도시를 중심으로 설치안이 나오고 있죠.
예를 들어 성남시 판교같은 경우는 '랜드마크 트램'이라는 이름 그대로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발전시키겠다며 올해 기본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에 시공에 들어간다는 구체적인 설치안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트램이 우리 생활에 들어설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특히 한국의 꽉 막힌 빌딩숲과 도로 사정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죠. 일부 국회의원들이 현 버스중앙차로처럼 자동차 도로에 트램 전용도로를 설치하는 내용의 도시철도법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도 오히려 교차로의 체증을 더욱 악화할 수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트램을 포함한 신교통수단에 대해 조심스러운 이유는 지난 2000년대 중반 등장했던 경전철의 실패 기억 때문이죠. 용인·인천시 등이 야심차게 도입했으나 막대한 재정적자만 남겼는데요. 전시행정으로 또 막대한 공사비만 날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친환경 대중교통수단 트램, 과연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