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증권업계의 인수합병(M&A)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2014년 NH농협증권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은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을, 올해 상반기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대형사 간 M&A가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며 매물로 나온 중소형 증권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하이투자증권이 올해를 목표로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며 SK증권도 SK가 보유한 지분 10%를 내년 8월까지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과 골든브릿지증권도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매물로 나온 증권사 중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매각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시장에서 추정하는 하이투자증권의 매각가는 5700억원 정도지만 현대미포조선이 하이투자증권(옛 CJ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투자한 자금은 7050억원가량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상증자를 통해 4111억원이 투입돼 현대중공업그룹은 하이투자증권에 총 1조1161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6000억원가량의 손실을 감수하며 하이투자증권을 실제로 매각할지 의문"이라며 "최근 업황이 좋지 않아 앞서 진행됐던 M&A 때처럼 흥행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하이투자증권 노동조합은 지난 24일 졸속 매각 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신설하고 인위적 구조조정 금지, 향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대한 적격성 여부를 노사가 판단해 매각에서 배제시키는 내용 등을 담은 '노동조합 매각투쟁 대원칙'을 정했다.
SK증권의 경우 지주사의 금융사 소유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상 규정에 따라 대주주 SK가 보유한 지분 10%를 내년 8월까지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골든브릿지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도 매물로 나와 있지만 아직까지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골든브릿지증권은 모회사인 골든브릿지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 매물로 나왔지만 아직까지 적극적인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지난해 6월 대주주인 LS네트웍스와 GA프라이빗에퀴티(PE)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 자문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한편, 2013년부터 새 주인 찾기에 나섰던 리딩투자증권은 지난 4월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CKK파트너스를 선정하고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리딩투자증권은 그동안 인수조건이 맞지 않거나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매각이 수차례 무산됐었다. 이번에 리딩투자증권 매각에 나선 CKK파트너스는 김충호 현 리딩투자증권 부사장이 이끄는 유한회사다.
LIG투자증권도 케이프인베스트먼트에 인수돼 이달 중 케이프투자증권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증권사들의 연이은 M&A에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는 글로벌 IB를 지향하는 초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특화 증권사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짚었다.
이어 박 연구원은 "그동안 한국 증권사들은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대형 및 중소형사가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며 "대형 및 중소형사가 다른 방향으로 역량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도 "최근 매물로 나온 증권사들은 대기업 계열사라는 점이 공통점인데 이들은 특별히 다른 증권사들과 차별화된 모습이 없다"며 "비즈니스 모델이 동일하기 때문에 향후 시너지를 노리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의 경우 대형사의 인수합병이라는 부분에서 사장 판도 변화, 분위기 쇄신 등의 의미가 있었지만 중소형사의 경우 타 증권사의 차별화가 없다면 M&A로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만큼 차별화된 사업구조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