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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희순의 노닥노답(7) - 브렉시트(Brexit)와 견리망의(見利忘義)

임희순 넥서스커뮤니티 전략기획그룹 그룹장 기자  2016.06.30 18: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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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때 어느 연예인의 '의~리~'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너도나도 의리, 의리를 외쳐대는 통에 의리라는 말이 너무 가벼워 보이기도 했는데, '의리(義理)'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도리'라고 정의된 것을 보면 이처럼 과중한 말이 없다.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 브렉시트(Brexit)로 온 세상이 시끄럽다. 요동치는 주식과 환율에 각 대륙과 나라들의 이에 따른 득실을 따지는 소식들이 모든 방송과 지면을 도배하고 있다시피 하고 한밤중 TV에서 영국 의회의 총리 연설이 생중계되는 장면 또한 여간 생경스러운 게 아니다. 

사실 영국은,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국 국민들은 탈퇴보다 잔류를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었다. 하지만 지난 43년간의 EU와의 동맹은 국민투표부터 개표까지 이틀 정도의 시간 만에 깨졌고, 이에 따른 후폭풍이 전 세계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다. 

영국 국민의 이번 탈퇴 결정은 EU동맹 체제에 따른 과도한 분담금과 이민자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긴 하지만, 정작 영국 국민들은 이러한 중차대한 결정을 그리 오랫동안 깊이 숙고하지는 않은 듯하다. 이를 짐작케 하는 게 탈퇴 결정 이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폭로와 고백인데, 우선 국민투표라는 미명 아래 정치인들의 선전과 선동에 국민이 속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영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히는 한 지방에서도 탈퇴에 찬성을 하는 투표자가 많았는데, 이 지역은 그간 EU로부터 매년 6000만불 정도의 지원금을 받고 있었고 이번 결정으로 EU의 이러한 지원이 당장 끊기게 됐다고 한다. 

이러한 결정에는 EU를 대신해 영국 정부가 지원금을 보전한다는 정치인의 선전 때문이었는데 막상 투표가 끝난 후에는 아무도 이에 대한 확언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사실 국민투표라는 것이 직접 민주주의의 꽃이니 하며 전가의 보도(傳家寶刀)처럼 얘기하지만, 선거로 대표자를 뽑는 것과 이번처럼 어떠한 사안에 대한 결정을 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전자는 책임을 지우고 견제를 할 수 있는 장치가 있지만 후자는 한번 결정하면 그걸로 끝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경제지 'Fortune'의 헤드기사와 같이 이번 선거 직후에 영국인들이 '도대체 EU가 뭐지?'라는 구글링(Googling), 즉 검색이 급증했다는 것이데, 이외에도 'EU를 떠난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우리가 EU를 떠나면 무슨 일이 생기지?' 등의 검색이 많았다고 한다. 

실컷 '나는 싫으니 떠날래'라는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해놓고 '근데 떠나면 무슨 일이 생기는 거야?'를 생각해 보았다는 얘기니 얼마나 진중하지 못한 결정인지를 또한 짐작할 수 있다. 

그럼,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린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필자가 보건데, 눈 앞의 이익 만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자기, 또는 자기 당(黨)의 이익을 위해 이러한 눈앞의 이익만이 보이게 과대 선전·선동을 했던 것이다.
    
견리망의(見利忘義), 눈앞의 이익에 의리를 잊는다는 말인데, 지금의 영국과 빚대는 건 너무 비약일까? 사실 그동안 EU동맹 체제 하에서 영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이익을 봐왔다. 이익이 없었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동맹이 유지됐을 리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최근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다 보니 동맹에 따른 분담금과 일자리를 나눠야 하는 이민자들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졌고, 그동안 형제와 같던 동맹국들이 어느 순간 이인삼각(二人三脚) 달리기의 파트너처럼 거추장스럽게 돼버린 것이다. 

배가 침몰할 것 같으니 영국만 혼자 보트를 던지고 뛰어 내린 격인데, 큰 파도를 피해 잔잔한 바다 위에서 유영을 할지 아니면 더 큰 파도를 만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어디 국가뿐이랴, 기업이나 개인도 마찬가지다. 당장의 눈앞의 이익에 어제의 합종(合從)을 오늘의 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호가오위(狐假虎威)해오던 회사의 기밀을 내어 몸값을 흥정하고 자리를 옮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견리망의(見利忘義)가 판을 치는 것이다.  

견리사의(見利思義), 눈앞의 이익을 보면 의리를 먼저 생각한다는 말이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또 국가도 견리망의(見利忘義)가 아닌 견리사의(見利思義)를 한 번 더 생각해볼 일이다. 
임희순 넥서스커뮤니티 전략기획그룹 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