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동생의 세 번째 승리다. 하지만 향후 주주총회를 통한 형의 무한 공격 선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절반의 승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5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또다시 승리했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 회장은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에 이어 세 번째 대결을 치렀다. 이번 주총은 특히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열려 종업원지주회의 태도 변화 가능성이 관심을 모았다.
이번에도 종업원지주회는 신 회장에 대한 지지 확인을 한 셈이다. 하지만 향후 일본과 한국 간 주주 이해관계의 차이로 불협화음이 날 가능성이 존재해 종업원지주회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 국적 문제로 양국 주주 간 갈등 가능성 높아져
현재 양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은 신 전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는 광윤사에서 28.1%를 갖고 있다. 하지만 △종업원지주회 27.8% △ 관계사 20.1% △임원지주회 6% △투자회사 LSI 10% 등으로 분산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종업원지주회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약 130명의 직원이 소속된 종업원지주회는 의결권을 대표 1명에게 위임해 행사하는 독특한 집합체다.
문제는 일본인 직원들로 이뤄진 종업원지주회의 작동 방식은 통상적인 서구식 종업원지주제와 별개이고, 오히려 신격호 총괄회장의 차명주식 성격이 크다. 다만, 이 상황에서 앞으로는 대표자의 의중에 따라 오너 일가가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이렇게 이번 수사와 형제의 난을 계기로 주요 포인트에 앉아있는 주주들이 회사별로 또는 개인으로서 여기저기서 다른 소리를 낼 가능성은 이미 실제 상황으로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어, 롯데케미칼은 최근 비자금 조성 논란과 관련해 중간에 일본 롯데물산을 세워 부당한 수수료를 지급했다는 검찰 측 의혹에 대해 증거를 제출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이 일본 사법당국과의 공조 절차를 밟을지 주목된다.
문제는 바로 제출 불가 사유다. 일본 주주들의 반대로 일본 롯데물산의 금융자료를 낼 수 없다는 논리인데, 현재 일본과 한국 양쪽에 흩어진 범롯데가족 중에 이해관계가 갈리는 현상이 수면 위로 부상한 예로 꼽힌다.
물론 개별 회사의 주주 형편은 자사를 가장 중심에 두고 판단이 이뤄지는 게 이론적으로 맞다. 하지만 이번 한국 검찰에 의한 전방위 수사 문제에 운명 공동체로 인식하기 보다는 어디에서 활동하는 회사인가에 따라 온도차가 크게 드러나는 점은 분명 과거 굳건한 '셔틀 경영' 틀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신 회장이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는 발언을 내놓은 점과,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일본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한국 언론의 '국부 유출 논란' 보도가 잇따르면서 일본 측의 냉랭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방증으로 읽힌다.
실제로 우리 현행법상 대기업이 해외계열사를 통해 상호출자를 할 경우 이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대기업집단의 해외 계열사 소유지분 현황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23일 발의하는 등 일본 롯데 모체를 뒤흔들 수 있는 한국발(發)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수익의 상당 부분을 한국 롯데가 벌어들인다는 긍정론에서 일본을 귀찮게만 한다는 부정적 시각이 자라기 좋은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