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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살찐 고양이는 서민의 적?

최고임금법 발의, 무엇을 바꿀까

이수영 기자 기자  2016.06.30 09: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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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 5위 아모레퍼시픽의 임직원 임금격차가 지난해 27배까지 벌어졌다. 작년 아모레퍼시픽의 등기이사 1인당 평균 보수액은 16억2729만원,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6067만원에 불과했던 것.

같은 기간 매출 5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오너 서경배 회장은 대표이사 연봉으로 29억7900만원을 받았다. 성과급을 제외하고 1년 사이 2억2500만원을 더 챙긴 셈이다. 반면 직원 평균급여는 전년 7280만원에서 1000원 넘게 깎였다.

#2. 롯데그룹은 지난해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 가운데 직원 평균연봉이 가장 박했다. 임직원 평균연봉 격차도 16.9배로 10대그룹 평균 10.6배를 크게 웃돌았다. 올해 3월 재벌닷컴에 따르면 롯데그룹 직원 평균연봉은 4238만원으로 현대차(9222만원)의 반 토막 수준이었다. 반면 롯데그룹 등기임원은 평균 7억1654만원을 연봉으로 챙겼다.

살찐 고양이(Fat cat)는 언론인 프랭크 켄트가 1928년에 쓴 책 '정치적 행태(Political Behavior)'에 처음 등장한 말로 배부른 자본가를 뜻한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탐욕스러운 금융사 경영진을 비난하는 용어로 널리 쓰였다. 이들은 위기 상황에서도 엄청난 보너스와 퇴직금을 챙겼으며 세제혜택까지 누려 공분을 샀다.

지난 28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발의한 최고임금법은 일명 '살찐 고양이법'으로 불린다. 핵심은 기업 임원진의 임금 수령액을 최저임금의 30배(올해 6030원 기준, 약 4억5000만원)까지로 묶는 것. 이를 어길 시 해당 법인과 개인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사회연대기금으로 삼아 저소득층 지원에 쓴다는 내용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가 결렬되며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차가 더욱 부각됐다. 노동계는 지속적으로 최저시급 1만원을 주장한 반면 재계는 10년 연속 동결을 요구했다. 팍팍한 삶에 지친 서민들을 중심으로 법안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임금을 법으로 제한하는 것이 옳은지 논란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빈부격차는 2013년 기준 10.1배로 OECD 평균(9.6배)을 이미 웃돌았고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빈부격차 확대가 성장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계층 간 사다리가 무너진 상황에서 성장의 역동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미 기업 경영진의 보수 제한은 세계적인 추세다. 2013년 유럽연합(EU) 26개 회원국은 은행장 보너스를 연봉의 100%로 제한하고 주주 3분의 2가 동의해야 연 수입의 200%까지 올릴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한편 같은 해 3월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를 통해 '살찐 고양이법'이 실제 가결됐다. 토마스 마인더 의원의 국민투표 청원운동으로 시작된 법안은 2008년부터 5년에 걸쳐 국민투표 성사 요건(10만명 이상 서명)을 갖춘 끝에 67.9%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