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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X 체험해보니… 영화계 新패러다임 잠재력 충분

스크린X 적용 영화 "뛰어난 몰입감" 공연은 "어지러워"

임재덕 기자 기자  2016.06.29 17: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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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스크린X는 영화관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3D상영관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을까?"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이하 미래부)와 CJ CGV는 다면상영시스템 '스크린X(Screen X)'로 만든 첫 대중 다큐멘터리 '빅뱅 메이드' 시사회를 29일 개최했다. 이날 시사회에는 미래부 출입 기자와 YG엔터테인먼트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이날 기자단 관심은 온통 이번 영상에 적용된 스크린X로 쏠렸다. 국내 토종기술로 개발된 스크린X가 차세대 영화계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기 때문.

스크린X는 전면 스크린과 좌·우측 벽면에 빔을 발사해 3면에서 영상이 재현되는 시스템이다. 관람자의 시야각 전체에 걸쳐 영상이 구현되기 때문에 일반 2D영화보다 몰입감이 뛰어나다.

이는 박병호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가 진행한 실험 결과로 입증된 바 있다. 박 교수는 뇌과학 연구를 통해 스크린X가 일반 상영관에 비해 강한 생체반응과 높은 몰입감, 그리고 영화 소비자의 시청의도를 높인다는 결과를 입증했다. 이는 지난 3월 미국 시애틀에서 개최된 미국 광고학회(AAA)를 통해 발표했다.

중국서 대성공 '스크린X'… 국내 7월 '부산행'에 적용

CGV는 신기술 도입에 개방적인 해외시장을 우선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스크린X 콘텐츠가 개봉했으며 헐리우드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구철 CJ CGV 스크린X 사업부 상무는 "헐리우드 측과 스크린X 버전 액션 영화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 중이다. 내년 중 국내기술 스크린X로 제작된 헐리우드 영화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중국시장에는 지난해부터 스크린X 버전 영화를 선보였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어드벤처 액션물 '모진: 더 로스트 레전드' 스크린X 버전은 개봉 첫 주 주말 평균 객석 점유율이 82.7%에 이를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에 안 상무는 "스크린X 상영관은 3D보다 티켓 가격이 3000원 정도 고가임에도  좋은 결과를 받았다는 것은 중국, 더 나아가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여실히 드러낸 결과"라며 "2020년 전 세계 1000개 상영관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CGV는 최근 국내시장에서도 스크린X 버전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앞서 제작된 콘텐츠로는 △차이나타운 △검은 사제들 △히말라야 등이 있다. 또 다음 달 20일 개봉 예정인 국내 첫 좀비물 '부산행'을 스크린X 콘텐츠로 생산할 예정이다.

스크린X 직접 체험하니 "영화人이라면 이미 경험한 기술"

스크린X 상영을 위해 리모델링을 마친 용산CGV 2관에 처음 들어선 기자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3면에서 영상이 나온다기에 스크린으로 도배된 상영관인 줄 알았지만, 일반 상영관과 다를 게 없었다.

안 상무는 "상영관 측면을 스크린과 같은 하얀색으로 배치하려 했지만 빛이 반사돼 오히려 몰입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회색 벽면 채택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스크린X를 적용한 콘텐츠가 공개됐다. 순간 기자는 과거 기억이 떠올랐다. 영화 시작 전 나오는 광고에서 스크린X 시스템을 미리 경험했던 것. 측면에서 자동차가 달려와 전면 스크린에 멈추는 광고물을 본 당시에는 '이게 뭐지? 획기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안 상무는 "스크린X 홍보를 위해 비교적 다면상영시스템 제작이 쉬운 광고시장부터 공략했다"면서 "영화인이라면 한두 번은 봤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헐리우드와의 협업 결과물인 스크린X SF 클립영상은 대체적으로 좋았다. 시선은 전면을 향하고 있어도 시야각 전체에 영상이 뿌려져 마치 영화 속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었다. 또 2D 영화에서는 보지 못했던 화면 외곽 부분까지 볼 수 있어 시원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영화에 비해 시사회 본 콘텐츠인 빅뱅 메이드 공연 콘텐츠는 실망스러웠다. 공연 영상이 빠른 화면전개와 화려한 불빛으로 이뤄져 혼란스러운 데다 심지어 오디오 소리마저 컸다.

이번 시연에 참석한 YG 한 직원은 시연이 끝난 후 "어지럽다"고 두통을 호소했으며 일부에만 스크린X 기술이 적용돼 2D와 다면상영을 오가는 와중에 몰입감을 떨어뜨린다는 반응도 나왔다. 기술적인 문제점도 지적됐다. 영상 감상 내내 단조로운 구성을 보인 것.

'보다 유연한 움직임을 구현했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안 상무는 "아직 쓰리캠으로 줌 인·아웃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 현재로서는 단지 주변을 훑어주는 정도"라면서 "조속한 연구개발로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응대했다.

스크린X는 VR(가상현실)이 처음 공개됐을 때처럼 발상 자체는 신선해 보인다. 무엇보다 향후 기술개발이 마무리되면 3D, 4D 콘텐츠보다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VR도 현재 어지러움 극복이라는 기술적 난관에 부딪혀 큰 발전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속한 연구개발이 이뤄져 전 세계 새로운 영화 트렌드로 자리 잡는 그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