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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 리더십'으로 36조원 규모 투기자금 쓰나미 넘어 '시장 선도'하라

한-영 FTA 추진 움직임 주목 끌어…세계 양적완화 연쇄효과 속 어부지리 가능성도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6.27 12: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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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영국 국민투표가 유럽연합(EU) 이탈로 결론나자 세계 경제가 출렁이는 가운데 한국의 '무역 리더십'이 세계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한국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라는 점을 조명받는 셈이다. 과거와 같은 교역 에너지 공급 엔진으로서의 역할을 이번에 해주길 바라는 희망사항이 뒤섞인 분석이라 눈길을 끈다.

◆WSJ '모범사례' 평가='비중있는 조연' 한국 주목, 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사설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이탈)' 상황에 대한 한국의 발 빠른 협상 접근을 주목했다.

WSJ은 "한국 정부의 윤병세 외교장관이 24일 영국과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원한다고 밝혔다"고 소개하고 "이는 한국이 아시아 내 통상 선도국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것이며,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게 모범이 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영국은 과연 우리에게 주요 무역 파트너일까. 그리고 왜 외신은 우리나라의 움직임에 이같이 주목하는 것일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영 무역액은 전체 비중에서 1.4%이며, 익스포져 6.3%에 해당한다"고 한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브렉시트의 (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24일 총평했다.

다분히 시장의 위기의식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적 고려가 깔린 발언이라 해도 무역만 떼어놓고 본다면 영국과 우리의 연결 상황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거리감 만큼이나 크지 않은 셈이다. 이런 터에 한국과 영국 간 FTA 움직임을 왜 주요 경제매체에서 주목하는지 해석해 볼 필요가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WSJ은 "한국은 지난 몇 년간 중국발 경기 둔화 등으로 고전해왔으나, 미국(2007년 체결)·EU(2010)·중국(2015) 등과의 FTA를 통해 확보한 건전한 무역관계가 없었다면 성장이 훨씬 더 약화되었을 것"이라고 우리 경제와 FTA, 더 나아가 무역관계의 효과에 대해 해석했다. 이어서 "이러한 협정들은 한국산 수출품의 시장접근을 확대하고 투자 장벽을 완화하며, 보호받는 산업들을 개방해 대외경쟁에 노출시킨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한국은 이러한 협정들로 인해 유사한 첨단 기술 수출국인 일본이나 대만 등 역내 경쟁국들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도 지적했다. "일본이 12개국 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고 있어 경제 개방을 위한 매우 역사적인 기회를 맞고 있기는 하나, 미국 등 범세계적으로 반무역 정서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TPP 비준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이 신문의 인식이다.

이런 가운데 WSJ로서는 한국이 EU와 FTA를 체결한 유일한 동아시아 국가라는 점에 주목한다. 사실 EU는 여러 국가가 마치 하나의 국가인 것처럼 운영되는 '단일시장'이지만 경제 통합의 가장 상위 형태로는 이전 추진돼 본 유사 경험이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특정 회원국이 EU를 탈퇴하는 것도 처음있는 사건이나 이 탈퇴 당사자와 다른 나라들 특히 EU가 다시 어떤 관련성을 맺어 나갈지도 중요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새로운 숙제'다.

이 글은 이런 맥락에서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새로운 FTA 체결에 한국이 관심을 보인 것은 의미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특히 영국이 유럽 국가들로부터 차가운 외면을 받는 경우, 아울러 미국의 경제적 외면을 받는 상황이 당장은 속시원할지 몰라도 세계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이 WSJ의 기조다.

따라서 이 신문은 한국의 빠른 움직임에 대해 "주요 역외(유럽 외 지역) 국가들과 재협상을 서두를수록 EU 국가의 정상들도 결별을 택한 영국을 응징하기보다는 똑같이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사설에서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은 (EU 탈퇴를 선택할 경우) 영국을 무역의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미룰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으나 이를 그대로 실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즉각 보내야 할 것"이라고 이 사설은 끝을 맺었다.

◆한국의 움직임 '역동적인 수출국가' 이미지 재조명

다만,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금감원이 내놓은 정보처럼, 대(對)영 무역 규모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점에서 보면 그 자체의 파괴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에 부딪힐 수도 있다.

한국의 이번 움직임이 일종의 펌프에 '마중물'을 붓는 것일 수는 있어도, 본류(메인스트림)를 바꿀 정도의 폭발력을 갖는 '물꼬 터뜨리기'로까지 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자본시장이 영국계 자금 등 각국의 (투기성을 포함한) 자본 이탈 가능성에 노출된 상황에서, 무역을 통한 위기 극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제시될 수 있다. 글로벌 전반에서 보면 자본시장 효과가 이미 실질적 무역 이윤 창출 못지 않게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해석하면, 우선 우리 금융권에 들어와 있는 영국계 자금 36조원의 움직임을 고려해도 향후 교역 활성화 부문에서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자본운영자들)에 긍정적인 신호를 줘야 한다는 점과도 연결된다.

우선 영국계 자금이 보유한 국내 상장 채권은 1조∼2조원 수준으로 외국인 전체 보유액(97조원)의 1%대에 그쳐 미미한 수준이라 우리 영역을 흔들 가능성이 낮다.

아울러 국내에 들어온 영국계 자금은 지금까지 단기 투자 성향을 보여왔던 게 사실이지만, 이번 상황에서 단계적으로 조정을 보여온 점도 하드랜딩(한국 주식시장의 경착륙) 가능성을 상쇄하는 요소다.

지난해 8월 중순부터 올해 2월까지 전체 유럽 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7조원 가까운 순매도를 보여 브렉시트 이슈의 충격파는 상당히 줄어들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렉시트로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상황 자체는 어느 나라도 막을 수 없고, 또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를 비롯한 통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는 점도 외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주요 안전자산 구매 가능성으로 가장 큰 변화 흐름에 말려든 쪽은 일본과 중국 등 우리 경쟁국들이다. 일본은 그간 양적완화를 단행해온 효과를 엔화 환율변동으로 한 번에 날려버리게 됐고, 중국 역시 달러화 선호 상승으로 수출 변동에 직면해 있다.

이외에도 세계 각국이 브렉시트 와중에 살아남기 위해 보조를 맞춰 통화완화 정책을 본격화할 경우, 신흥국 시장에서는 현재 논의되는 자금 대거 이탈이 아닌 오히려 정반대 상황이 연출될 여지도 있다.

이 경우, 시장 매력 안정과 주도권 재배치 문제는 다시 교역 에너지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 또 대표적 브렉시트 찬성론자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조차 영국과 EU 간 관계 재정립에서 영-EU 간 FTA을 맺으면서도 국경을 개방하지 않는 캐나다식 모델을 거론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상대적으로 빠른 영국과 EU 간 관계 봉합 등, 현재처럼은 아니더라도 빠른 파장 봉합 가능성은 살아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요 외신이 사설을 통해 우리의 부지런한 영국과의 FTA 타진을 주목하는 것은 당연지사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이 자신이 금융시장 불안요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더더욱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로서의 정체성을 강렬히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냉철한 풀이를 바탕에 깐 것이기 때문이다.

든든하고 믿을 만한 주연급 조연으로 우리를 이번에 사설로 부각시킨 것은 이런 사정이다. 다만, 글로벌경제가 호황이던 과거에 우리가 맡았던 교역 에너지 공급 엔진으로서의 역할을 다시금 해주길 바라는 일종의 '희망사항'이 뒤섞인 분석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세계인들의 시각은 오랜 침체 상황으로 시달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에너지를 여전히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