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티몬 CF '한글파괴' 논란 속 조기 종료…손익계산서는?

티몬 측 "고객 불만 없었다" vs 한글문화연대 "사회적 책임 가져야"

백유진 기자 기자  2016.06.22 18:13:1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소셜커머스업체 티켓몬스터(이하 티몬)의 새 TV 광고가 전파를 탄 지 두 달 만에 이달 조기 종료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광고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고, 자막을 봐도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운 탓에 빚어진 '한글파괴' 논란 때문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티몬은 지난달부터 자사 몬스터 캐릭터를 앞세운 '몬소리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TV 등의 광고를 대대적으로 선보였다. 그러나 들어도 무슨 내용인지 짐작할 수 없고, 자막을 봐도 마찬가지인 이 광고는 전파를 타거나 버스에 래핑돼 도심을 누볐다.

'몬소리'는 티몬 캐릭터 '티모니' 언어로, 소비자들이 힘들고 지칠 때 무심코 내뱉는 웅얼거림을 말한다. 고객의 웅얼거림을 티모니들이 알아듣고 불만을 해결하겠다는 의도로 기획됐다.

티몬은 소비자들이 중얼거리듯 하는 그대로 한글로 적어내 광고 카피를 만들었다. '여자 마음은 갈대 같아서 바꾸고 싶다'를 '여촤마읆은칼테카타서바꿐코싶'으로, '단골이라면서 해주는 것도 없고'라는 말을 '단콜이라명서해주는컷동업콩'이라고 표기하는 식이다. 

부정적 의견은 그저 일부? 원조 옹알이 SKT와 비교하면… 

티몬 관계자는 TV 광고 조기 종료와 관련해 "TV 광고는 끝났고 버스 광고는 기간이 남아서 아직 진행하고 있다"며 "당초 2개월 정도 기획한 캠페인이기 때문에 더 이상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한글파괴 논란 때문이라는 조기 종료 의혹을 부인했다. 두 달짜리 이 기획 광고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라는 게 티몬 측의 설명이다.  

티몬 관계자는 또 "SNS를 통해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고객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좋은 반응을 보였다"면서 "공식 채널로 접수된 고객 불만 사항 또한 없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응대했다.  

그러나 티몬 측의 이 같은 해명에도 업계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면에 도취해 부정적 의견 수용을 애써 외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는다.  

비속어를 표준어로 수정하거나 외국어를 우리말로 풀이하는 게 자막의 기능이기 때문이다. 자막은 놓치고 가는 장면에 한 줄을 넣어 방점을 찍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방송광고(CF) 자막의 경우 별 다를 게 없는 대사에 감칠맛을 더하거나, 엉뚱한 소리가 분명한 데도 웃음을 자아내는 뜻을 입혀 광고효과를 내기도 한다.

과거 SK텔레콤의 초콜릿 서비스 광고가 이런 예에 속한다. 이 광고는 일명 '옹알이 광고'라고 불렸다. 두 아기가 서로 옹알거리면서 어른들은 모르는 진지한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켜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하는 미국 영상을 활용한 것이다. 

이 영상이 먼저 게시판 등에서 인기를 얻자 SKT가 발 빠르게 원저작자와 접촉해 저작권 협상 후 광고로 만들었다. 아기들이 옹알거리는 것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한글자막을 입혀 이 같은 자막의 순기능을 배가시킨 성공작으로 꼽힌다. 

한국CM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이 광고의 광고호감지수(MRP)는 13.5%를 기록, 2011년 5월 광고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불편하지 않게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다른 광고들을 압도할 수 있다는 하나의 전형을 세웠다는 평이다. 

이런 만큼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부정적 의견이나 한글파괴 논란 등 부담을 안고 있는 티몬의 이번 광고와는 격이 다르다는 의견이 많다.

티몬, 한글파괴 지적 외면한 말초적 마케팅

티몬으로서는 공식 채널로 잡히지 않는 반응보다는 당장의 호평이 절실하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티몬은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광고 패턴을 보이고 있다. 2014년 광고선전비(187억원) 대비 79% 폭증한 336억원을 지난해 지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효과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지난해 1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입은 것. 

이런 이유로 이번 몬소리 광고는 거래 창출과 수익 제고를 꾀하는 데 있어 공격적 마케팅의 시작을 알리는 승부수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몬소리 광고는 이렇다 할 유명모델을 기용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낮은 자세로 다가서자는 티몬의 전략을 그대로 반영했다. 앞서 티몬은 2011년 말 배우 공유, 이후 약 1년 만인 2013년 말에는 가수 수지를 6개월짜리 모델로 내세웠다.

티몬이 이번 광고에 대한 일부 소비자들의 부정적 의견에 대해 "마케팅적인 면에서 충분히 고려한 후 집행했다"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참신함을 위해 시도된 것"이라고 반박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 해도 이번 광고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감, 이에 따른 기업 이미지에 미칠 악영향 등 세간의 비난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잦은 로마자 사용 등으로 인해 젊은 층의 국어사용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광고를 통해 우리말의 잘못된 표기를 접하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한글파괴는 또 다른 한글파괴를 낳을 수 있어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한글파괴로 인해 발생할 공적인 영향력에 대해 인식하고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면서 "지루한 일상에 지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마케팅 기법에 대해 기업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