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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통의 끝' 비자카드, 한국에만 갑질 횡포

김수경 기자 기자  2016.06.22 16: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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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비자카드 팬들이 추천한 한국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 베스트를 공개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즐길 때도 비자카드와 함께하세요!" "한국에 여행 온다면 꼭 가봐야 할 장소 베스트! 한국에서도 가볍게 자유롭게 비자카드와 함께."

세계 1위 카드사인 비자카드가 한국을 최고의 여행지로 홍보하며 자사 SNS에 올린 글이다. 국내 고객들에게 추천을 받은 음식과 장소들을 선별해 다양한 한국 먹거리와 명소들을 올린 모습을 보면 소통을 잘한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글을 올린 시기를 살펴보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자카드가 일방적으로 국내 카드 사용자들의 해외 이용 수수료를 올린다고 통보했던 때와 겹치기 때문. 앞에서는 고객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뒤에서는 불통의 끝을 보여준 셈이다.

비자카드는 오는 10월부터 해외 이용 수수료, 데이터 프로세싱 수수료 등 6개 항목의 수수료를 인상한다고 각 카드사에 통보했다. 이 중 고객이 부담하는 수수료는 비자가 적힌 국내 카드사가 발급한 카드를 갖고 해외에 나가 결제했을 때 내야 하는 해외 이용 수수료로, 기존에는 1%였으나 10월부터 1.1%가 적용된다.

다시 말해, 해외 가맹점에서 비자카드를 통해 100만원어치 물건을 살 때 기존에는 1.0%인 1만원을 수수료로 냈지만, 10월부터는 1.1%에 해당하는 1만1000원을 내야 한다. 

그것도 한·중·일 동북아시아 중 한국에서만 해당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비자카드는 "대외적으로 수수료 인상 근거를 공개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카드사와 고객에게도 모자라 비자카드는 밴사에게 칼날을 겨눴다. 지난 16일 국내 밴(VAN)사와 전자지급결제 대행업체(PG) 관계자를 소집해 글로벌 보안인증시스템 'PCI DSS' 도입을 요구한 것.

PCI DSS는 비자카드·마스터·JCB 등 5개 국제 브랜드 카드사들이 만든 보안시스템으로, 이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 2017년부터 매월 1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시스템 초기 도입 비용만 2억~3억원 수준이며 매년 시스템을 갱신하려면 5000만~1억원이 더 든다.    

8개 전업 카드사는 이러한 비자카드에 항의서한을 보낸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과연 전업 카드사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전 세계 최상위권인 국내 신용카드 이용비율과 해외여행·직구 등으로 증가하는 해외 이용액 등을 보면, 국제 카드사에게 국내시장은 군침 도는 시장임이 분명하다. 실제 2009년에 비자카드는 해외 이용 수수료를 올리려다 반대에 부딪혀 꼬리를 내린 바 있다.

더욱이 국내 카드사들의 경우 해외 결제 이용자를 수월하게 확보하려면 전 세계시장 5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비자카드의 국제 결제망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을 비자카드가 모를 리 없으니 '갑의 횡포'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무렇지 않게 국내에서 당당히 갑질 중인 비자카드도 비자카드지만, 국내 카드사들의 노력 역시 요구되는 때다.
 
항의서한 발송 등 소극적인 대응에 그치지 말고 역량을 키워 국제 브랜드를 만드는 등 비자카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물론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기에 사실상 민간부문이 나설 수 없다는 의견에도 어느 정도 동감이 되지만 언제까지 비자카드 갑질에 계속 당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