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상선(011200)이 지난 10일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반쪽짜리 협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앞서 채권단이 자율협약 내용으로 제시한 △사채권자 채무조정 △용선료 인하 협상 △새 해운동맹 가입 중 두 가지 조건을 마무리했다. 해운동맹 가입만 성공한다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 됐다.
현대상선이 앞으로 선주들에게 3년6개월 동안 지급해야 하는 선박 임대료는 2조5000여억원. 이 가운데 5300여억원 정도를 실질적으로 인하했다. 이는 총 임대료 21% 정도로 채권단이 요구했던 28%보다는 낮으나 충분히 의미있는 수치라는 것이 현대상선 측 설명이다.
아울러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 협상 타결을 선언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해운동맹 가입이나 선박펀드 문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정부도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을 적극 도울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의 이번 용선료 인하 협상이 반쪽짜리 협상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5300억원이라는 금액은 당초 채권단이 요구했던 금액보다 훨씬 낮은 금액일뿐더러 이마저도 일부는 신주로 지급, 나머지는 오는 2022년부터 5년 동안 장기 채권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현대상선은 용선료 5300여억원을 차감받은 것이 아니라 지급을 유예하거나 주식으로 대신 갚은 모양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의 이번 용선료 협상 결과가 '인하'가 아니라 '조정'에 더 가깝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즉 자율협약 내용이 바르게 지켜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이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관계자는 "신주 지급은 현대상선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고, 장기채권도 돈을 빌려서 용선료를 지급하는 것보다는 훨씬 개선된 것"이라며 협상에 만족감을 표했다.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역시 "의도했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앞으로 채권은행단은 7000억원가량을 출자전환하고 해운동맹 가입을 지원해 현대상선이 조기에 정상화되도록 할 것"이라고 낙관론을 펼쳤다.
이와 관련, 현대상선은 다음 달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대주주 지분에 대한 7대 1 무상 감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자산 매각과 채무 조정, 출자전환이 마무리되면 자율협약 초기 5309%였던 부채비율이 올해 말에는 226%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에는 해운업에 대한 매서운 한파가 곧 지나갈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이 기반을 이룬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향후 개선된 업황과 경영혁신을 통해 흑자전환을 이뤄 5년 후에는 남은 부채를 차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현대상선의 희망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0일 '2016 부산 해양금융컨벤션'에 참석, 조선·해운업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지면 최근 성장세가 둔화한 우리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해운업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업계는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장기적인 불황을 대비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 해운업계 역시 올해 들어 설비 투자가 41%나 줄었다.
이에 급한 불을 끄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현대상선이 어떤 준비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중·장기 관점의 점검도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무역량이 회복되지 않고, 해운업계 큰손인 해외 회사들이 치킨게임으로 공급량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차원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 회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