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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2000일간의 눈물' 담긴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진전

464개 촛불로 밝힌 추도 공간…가해기업·정부 '지탄'

하영인 기자 기자  2016.06.15 16:4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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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옥시 정말 나빠요. 사람을 직접 죽인 거랑 뭐가 달라요. 역지사지도 모르나." "비도덕적인 행태에 가슴 아파요.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14일 수학여행차 들른 서울시민청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진전-2000일간의 기록'을 본 광주호남삼육중학교 학생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2011년 8월31일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2000일간 사투는 참혹했다. 

서울시민청 지하1층 16.5㎡(5평) 남짓한 공간에 수십개 촛불로 표현한 숫자 '464'가 일렁인다. 이는 정부에 피해자 접수를 신청한 사망자수를 의미한다.

천장부터 이어진 줄에 한 장 한 장 매달려 있는 흰 종이에는 마치 폴라로이드 필름처럼 피해자와 가족들, 1인 시위하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이 붙어있다. 100여장의 사진이 쉼 없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일부 사진에 적힌 '무한긍정- 지숙씨' '스즈키 아키라- 일인시위 고맙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세계 최초의 바이오사이드 집단 연쇄 살인사건이다' 등의 문구도 눈에 띈다. 

가장 하단에 걸린 종이에는 △레킷벤키저 △롯데쇼핑 △SK케미칼 △홈플러스 △이마트 △애경 등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들이 나열돼 있다. 

박일주씨(가명·70)는 "이번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이 어떻겠나. 사진전을 시민들 눈에 확 띄게 광장 쪽에서 진행했다면 더 좋았을 걸 아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여기 보태 "시와 협의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진전에 모인 사람들은 약속장소라 온 김에 이곳을 둘러보게 됐다는 박씨와 몇몇 시민 외에 취재진과 사진전 관계자들이 전부였다. 

이날 사진전을 찾은 피해자들은 "평생 후유증이란 짐을 떠안고 살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의 피맺힌 소리를 들어라. 가해자가 피해자를 등급으로 나누는 것에 대해 승복할 수 없다" "이렇게 전시해도 봐주지 않으니 희망이 없다"고 아픈 심경을 토로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을 꾸짖으며 가습기살균제 피해판정 기준 보완과 동시에 신속한 구제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지난 13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되는 이번 사진전은 지금도 계속 새로운 사진을 추가 중이다. 이번 전시기획자이자 그린디자이너 이성진씨는 향후 가해기업 대표 얼굴도 올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