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나라는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릴 정도로 선조에 대한 깊은 공경과 존경심을 갖고 효를 실천하는 민족이었다.
그러나 점점 세계화되면서 서구의 합리적이고 개인적인 문화의식이 마치 선진화된 사상인 것처럼 우리문화에 깊이 스며들어 윗사람을 무조건적으로 공경하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의식이 가정에 투영돼 자식을 위하는 부모는 있어도 부모를 위하는 자식은 드문 현상이 발생하고, 이것이 고령화되는 우리사회에서 노인학대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우리는 내리사랑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특히 부모의 자식에 대한 내리사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조건적이다. 노인학대가 밝혀진 것보다 숨겨진 것이 더 많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얼마 전 자녀가 있음에도 온갖 쓰레기 더미와 부패한 음식물 그리고 유해동물인 쥐가 안방을 돌아다니는 환경에서 수년간 방치된 치매 노부부를 발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자녀들은 방임행위가 학대라는 것조차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부모가 아니라 자기 자식이 이러한 상황에 처했다면 똑같이 방치를 했을까.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마냥 안타까워만 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복지서비스 확립과 법적제도 마련을 통해 학대로부터 보호를 해야 할 것이다.
노인의 인격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사실적으로 노인에 대한 법적 보호가 미비한 실정이다. 노인학대 관련 특례법 제정을 통해 학대노인을 보호자로부터 강제적으로 분리하고, 시설에 보호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대노인이 시설에 입소될 시 입소비용의 국가에서 부담하는 등 시설입소의 문턱을 낮춰야 할 것이다.
아울러 어른들이 가진 다양한 능력과 사회적 역할, 부모로서의 희생정신에 대한 사회적 가치가 높게 평가되도록 문화운동을 펼쳐야 할 것이다. 디지털화, 세계화되는 요즘 시대에 넘쳐나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지식들은 노인들의 오랜 지식과 경험을 대체하고 오히려 무시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제 노인에 대해 문화적,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치사랑을 확산시켜 노인학대 예방뿐 아니라 상실 중인 인간성 회복을 통해 건강한 사회, 국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거제서 학대전담경찰관 김기남 경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