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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블랙아웃 극복? 여전히 취약한 전기사정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6.15 14: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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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사진은 2013년 여름의 대전 지하철역 모습입니다. 이른바 블랙아웃(대정전)이라는 단어가 매일 언론에 등장할 정도로 전력 공급 위기가 닥친 때였지요.

공공장소에서는 (전원을) 끌 수 있는 건 다 끄자는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에어컨은 언감생심, 심지어 안내 전광판까지 사진처럼 끄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블랙아웃 걱정하던 때가 까마득한 옛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만, 사진을 다시 보니 그해 지하철역의 덥고 어두운 분위기가 새삼 생생히 되살아납니다. 

일례로 블랙아웃 위기가 돌던 때의 설비예비율과 요새 사정을 보면 개선흐름이 확연합니다. 설비예비율은 전력수요를 초과해 보유하는 발전설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2010~2013년 사이 4.8~7.7%에 머물렀던 것이 2014년 15%, 지난해 20%에 육박한 정도의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전기가 마냥 충분하거나, 어떤 위기가 닥쳐도 저렇게 고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는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종종 나옵니다. 지난 5월 열린 한국국방안보포럼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전력망 등 핵심기반체제 관리가 위기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왔죠.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이 각종 사회핵심기반이 북한의 사이버공격이나 테러뿐 아니라 평시 재난에도 늘 노출돼 있어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도 여럿 거론됐죠.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위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 일본 정부는 대용량 이동식 발전기 10기를 확보, 가동해 전기부족 사태를 해결했다"며 "우리도 여러 전기부족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선진국형 정책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꼭 발전소에 대한 각종 테러 등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전기 관련 시스템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구석이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기는 겨울이지만, 산업용 전력요금은 여름에 제일 비싸다고 합니다. 이는 과거 2008년 전력 피크가 여름철이던 때 제도를 여전히 사용하기 때문인데요. 지금 상황과는 맞지 않으므로 전력 수요를 고르게 하려면 이런 계절별 요금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말 덥고 습했던 블랙아웃 위기 당시의 그 여름날이 올해 재연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셈이죠. 위기관리와 합리적 사용으로 시원한 여름을 보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