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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체세포수 마케팅, 차라리 고름우유 논쟁이 낫다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6.14 16: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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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유업체들이 '체세포수 마케팅'전을 치르고 있다.

서울우유가 먼저 세균수와 체세포수, 두 가지 모두 최고등급인 원유만을 전용목장에서 분리 집유해 생산한 '나100%우유'를 출시한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이어 남양유업도 '맛있는 우유 GT'와 '저지방우유' 등에 세균수 기준 1등급은 물론 체세포수 기준으로도 1등급인 원유를 사용한다고 체세포수 마케팅 대열에 합류했다.

과거 대부분의 우유는 세균수만을 기준으로 1등급 표시를 했다. 이는 체세포수는 세균수에 비해 관리가 어렵고 일반우유와 분리해 관리, 생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우유는 최고수준의 원유만을 선보이기 위해 서울우유 전용목장에서 생산된 원유만을 등급에 따라 분리 집유하기 시작했다.

남양유업도 체세포 1등급 원유사용을 위해 수의사들을 공장에 배치, 각 목장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품질을 집중 관리하고 나섰다.

하지만 막상 내실을 들여다보면 체세포수 마케팅이 실속이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세균수 기준 가장 높은 등급인 1A 등급의 원유가 91.4%인 점에는 못 미치나, 체세포수 기준 1등급 원유 비중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세포수 1등급 원유 비중은 같은 기간 56.7%로 체세포수 기준으로도 이미 국내 원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은 1등급이라는 것이다. 다음 등급인 2등급 원유는 35.9%였다. 결국 현재 국내 우유 제품 대다수는 세균·체세포수 평준화를 이뤘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체세포수는 젖소의 면역기능이 저하되거나 나이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불필요하게 조명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체세포수가 많다는 것만으로 나쁜 식품이라거나 위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기엔 근거가 약한 데다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우리보다 덜 엄격한 체세포수 등급 매기기를 시행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체세포수 1등급 원유를 생산하면 생산원가나 물류비 등만 기존 제품대비 3~5%가량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자충수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아직까지 서울우유와 남양유업 모두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 같은 논쟁 아닌 논쟁은 과거 파스퇴르유업과 유가공협회가 벌인 '고름우유' 논란을 연상케 한다. 파스퇴르우유는 다른 회사 우유에 마치 고름이 들어있는 것처럼 광고를 해 유가공협회와 소송전을 벌였다. 당시 이 사건은 파스퇴르유업이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정리가 됐다.

다만, 이 사건과 현재의 체세포수 마케팅이 다른 점은 과거 사례가 의욕이 앞선 후발주자에 의한 도발적 문제제기에 그치지 않고, 한층 더 나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긍정적 요소가 컸다는 데 있다.

반편 체세포수 마케팅은 사실상 달성된 평준화 상황에 포장지를 입히면서 각오를 밝히는 데 머물고 있다. 또한 업계 1위 업체들에 의해 주도되면서도 경쟁 열기도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우유 판매량 추이와 무관치 않다. 흰 우유 판매량은 2013년 57만9000톤을 상회했지만 지난해 53만톤선으로 줄었다. 그동안 우유 생산량이 늘었지만 소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고, 우유가 남아돌아도 낙농업 종사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가격은 하향 조정되지 않았다.

우유가 안 팔리는 상황에서 업계는 고급화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이로 인해 20년 만에 불필요한 논쟁도 벌이고 있다. 활발한 시장 거래를 이끌고 이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건강한 우유' 마케팅이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