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현안 관련 법적·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대 국회에 바란다 중소기업 CEO 의견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이 조사에서 중소기업 CEO 300명은 가장 바라는 점으로 사업영역 보호, 즉 '적합업종 법제화'를 꼽았다. 사실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는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까지 개선이 요구되는 문제다.
정부는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현행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비슷한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를 지난 1997년부터 시행했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은 '중소기업의 사업영역보호 및 기업 간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3조 내지 제4조에 따라 중소기업이 사업을 해도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종을 법률에 명시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 이들 지정업종의 사업분야에 대기업의 신규참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역차별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이 제도가 지난 2006년 말 폐지되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 진입 장벽이 허물어졌고, 동시에 중소기업을 위협해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1년 제조업 분야에서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도입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 향후 3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의를 통해 대기업의 사업철수 내지는 확장 자제가 이뤄진다.
2015년 3월부터 제조업 54개, 서비스업 17개 등 총 71개 품목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한편 최근 중소기업 범위 지정이 상향 조정된 것 역시 중소기업들에게는 위협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대기업 범위를 자본금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 이에 따라 대기업에 포함돼 있던 기업들이 중소·중견기업으로 분류됐다. 정부는 이번 중소기업 범위 확장이 골목상권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족쇄에서 풀린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골목상권으로 대거 진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업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카카오가 택시·대리운전 업계에 진입하면서 기존 택시·대리운전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하림이 계란유통업 등 골목상권에 진출하며 상권 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정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통해 중소기업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중소기업 범위 확장으로 중소기업을 더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고유업종부터 적합업종 지정까지, 현장의 면밀한 검토 없이 시행된 제도의 폐해를 우리는 생생기 기억하고 있다. 특히 기존 제도의 장점까지 무너뜨리면서 시행하는 정책은 시행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