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10일 진행된 제32차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최성준 위원장이 김재홍 부위원장을 '빨간 선글라스 낀 사람'에 비유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 위원장이 귀국한 후 첫 공개 전체회의라 많은 취재진이 몰렸지만, 위원장의 발언에는 거침이 없었다.
지난 1일과 2일 LG유플러스가 방통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조사단을 거부한 사실에 언론과 관련업계가 주목했다. 뒤이어 단통법 조사 담당 과장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위반 조사 하루 전 점심식사했다'는 게 밝혀지자, 논란의 축은 방통위에 더 기울어가는 듯한 모양새다.
방통위 역시 최근 일련의 사태를 중대한 상황으로 파악, 상임위원들은 담당 직원의 보고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언론을 통해 추이를 살피고 있다. 문제는 이들 간 초점이 제각각인 데다 감정다툼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회의에서 김 부위원장은 "7일 이기주 위원이 티타임하자고 했는데 그 자리에서 LG유플러스에 대한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없었다"며 "대신 긴급 간담회를 연 것에 대한 지적만 있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방통위 상임위원 내에서 '월권'이라고 표현한 것을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부위원장의 권리와 관련된 세칙이 없는 현재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부위원장의 주장에 최 위원장은 "월권이라고 한 적 없다"며 "해외로 얼마든지 소통이 가능한 제 의견을 왜 묻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최 위원장은 '보고의 절차'를 지켰어야 하는데 지키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응수했다.
공개회의 자리에서 이러한 내용들이 언급되는 것을 막으려던 최 위원장이었지만 김 부위원장은 주장을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최 위원장은 부위원장에게 "빨간선글라스 쓴 사람에게는 빨갛게 보이듯이, 그렇게 보인다. 불쾌하다"라는 강한 발언을 남기고 황급히 회의를 마쳤다.
회의가 끝나고도 김 부위원장은 기자실에 있는 취재진에게 상임위원 전체 티타임에서 LG유플러스 사태 사실조사라는 본질 논의가 없었던 것, 부위원장 관련 시행세칙이 없는 상황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을 재차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김 부위원장의 모습은 본인 역시 스스로 말한 '본질'보다는 부위원장 권리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해 아쉬울 따름이다.
전체회의라는 공개석상에서의 발언은 기자들을 향해 "부위원장의 권리가 약한 상황을 언론에서 지적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사태에서 본질은 다양했다. 김 부위원장 말처럼 사실관계 확인일 수도 있고, 방통위의 입장은 무엇인지 결정하거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사태 발생 후 상임위원끼리 처음 모인 자리에서 긴급 간담회를 진행한 김 부위원장을 지적하기만 한 최 위원장의 의중도 이해할 수 없지만, 여러 가지 본질 중에서도 김 부위원장은 스스로의 권위를 뒷받침하는 장치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 김 부위원장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중심을 잡고 방송·통신 시장을 발전시켜야 할 방통위 기강이 흔들리고 있다. 바로잡아야 할 상임위원들 조차 본질이 아닌, 서로 흠집 내기에 혈안인 듯한 상황에서 이 흔들림이 멈추기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릴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