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6.06.10 17:55:29
[프라임경제] 코오롱그룹이 민자 건설 방식으로 세운 덕평자연휴게소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덕평자연휴게소는 옛 코오롱건설(현 코오롱글로벌)이 지난 2003년 8월 10억원을 출자해 만든 자회사 덕평랜드가 운영하는 곳이다. 코오롱그룹은 당시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휴게소를 민영화하면서 의욕적으로 해당 사업에 뛰어들었다.
덕평자연휴게서는 2007년 4월 오픈 당시부터 눈길을 끌었다. 코오롱의 특기를 살려 관련 계열사 의류 매장 등의 쇼핑 공간은 물론 자연체험 공간까지 꾸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규모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 국내 최고의 휴게소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매출 및 이용고객 등에서 국내 순위권을 차지했다. 지난 한 해 영업수익은 100억원을 웃돌기도 했다.
하지만 설립 직후인 2006년부터 자본잠식 위기 등을 거치며 밑 빠진 독 논란에 휘말렸다. 코오롱글로벌이 지난 2008년 5월 1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이어 2012년 11월에도 20억대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방식으로 운영, 자금수혈을 겪었기 때문이다.
고속도록 휴게소 특성상 인건비, 시설 투자 및 유지비 등이 꾸준히 나가기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시각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덕평자연휴게소가 매물로 나왔고, 외국계자본인 맥쿼리에 지분 49%가 넘어갔다. 덕평랜드의 모기업인 코오롱글로벌의 사정이 넉넉치 않은 점도 작용했다.
모기업인 코오롱글로벌은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큰 순손실을 본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부채비율도 한때 400%선을 기록했다. 1년만기 회사채 등 '발등의 불'도 등장했다.
결국 코오롱글로벌은 지분 중 49%를 맥쿼리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매각 가격은 900억원선으로 알려지면서 2014년 연말 산업계의 작은 이슈가 됐었다.
맥쿼리는 덕평랜드 지분 49%를 134억원에 사들이고, 차입금 300억원과 덕평랜드가 발행하는 영구채(사모신종자본사채) 466억원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평랜드는 영구채 발행대금 466억원으로 유상감자를 실시, 대주주인 코오롱글로벌에 이 자금을 내주는 구조, 즉 거래가 끝나면 대주주인 코오롱글로벌은 6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영구채는 466억원으로 알려졌지만 올 3월31일자 감사보고서 등을 참조하면, 2014년 말 발행된 이 채권은 570억원 규모다.
문제는 이 영구채의 개념이다. 영구채는 자본인지 채무(빚)인지를 놓고 논란을 낳은 바 있다. 당국은 회계상 자본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결론지은 바 있어, 영구채 발행이 장부 상태를 개선하는 효과를 줄 때 사용되기도 했다.
만기 연장을 요청하든 상환을 하든 간에 발행사(채무자 회사)에 재량이 있는 것 같지만, 결국은 갚아야 할 빚이라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는 지적은 여전히 뒤따른다.
특히 덕평자연휴게소의 경우 사용 후 기부채납하는 이른바 BOT 방식으로 운영권이 2029년까지 덕평랜드에 인정된 상태다.
따라서 만기가 2044년으로 맥쿼리 측이 인수한 일명 영구채에 대해 관심이 여전히 모아지고 있는 것. 맥쿼리는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한국 민간운영권 사모 특별자산 투자신탁 제3호'라는 이름을 내세워 이를 인수한 상황이다. 아울러 맥쿼리는 덕평랜드의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3월31일자 감사보고서는 당기(2015년 한해) 배당금지급으로 한국증권금융이 81억1742만원을 받았고, 이자비용은 5910만원을 얻었다고 설명한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맥쿼리의 전체 자금 투입 규모(투자 비용)를 생각할 때 상당한 수입으로 분석된다.
앞서 코오롱 측에서 왜 이 물건을 눈물을 머금고 내놓을 수밖에 없었는지 충분한 이유가 제시됐지만, 투자금 규모와 각종 이슈 선점 효과 때문에 국내 기업에 경쟁입찰을 붙이는 등으로 더 비싸게 내놓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여전히 유효한 의혹 중 하나다.
결국 각종 배당효과 등을 살펴보면 맥쿼리에 높은 자금회수 가능성을 약속하고 대출금을 쓴 셈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명 영구채 만기보다 BOT 기부채납의 시점이 더 앞이라는 점 역시 이것이 과연 영구채인지 '급전'인지 생각해 볼 때 후자가 아닌지 의구심을 낳게 한다.
한 법조 관계자는 "(연장을 얻지 못하고) BOT로 기부채납을 해야 한다면 이는 채권채무를 모두 털고 건물을 그대로 도로공사에 줘야 한다는 것이어서, 결국 이 회사의 대주주들 간에 자금 정리를 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분 51%를 가진 코오롱글로벌과 49% 보유 맥쿼리는 자본 출자 범위 내에서 회사 채무에 책임을 진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예를 들어 청산을 하거나 해야 할 때, 맥쿼리가 바로 자신이 가진 영구채 손실을 부담할지는 미지수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영구채 보유자는 일반적으로 일반 채권자와 동순위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높은 배당 추구와 이자의 획득을 보면, 결국은 맥쿼리가 손실을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한편, 맥쿼리는 이 같은 영구채 발행을 통한 회사 인수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CB를 발행하는 식을 가미, 강남도시가스를 사들였다 귀뚜라미그룹에 올해 초 이회사를 넘긴 것. 이때도 피인수대상(강남도시가스)가 행여 손실을 기록하더라도 안정적으로 팔고 또 여전히 '빨대'를 꽂아 들어간 만큼 회수를 할 근거로 영구채 기법을 활용한다는 해석이 나왔었다.
강남도시가스 영구 CB 발행은 2012년으로 2014년에 덕평자연휴게소 인수를 할 때보다 앞서지만, 배당 등 실제로 이용 기법을 깊이있게 쌓은 것은 오히려 강남도시가스 때보다 이 덕평랜드 지분인수+영구채 인수 케이스가 나아 보인다는 의견도 나온다.
결국 맥쿼리가 지난해 국내 자산운용사 순위 5위를 차지하는 등 순항하는 데는 이런 영구채 방식이 적극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점은 무리가 아니라는 것. 민간 운영권과 관련, 맥쿼리는 3개 사모펀드를 조성, 약 1조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민자도로 최소수입보장(MRG) 등으로 반감을 사며 뉴스 메이커가 된 바 있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KIF)의 수익이 정체된 상황에서 맥쿼리가 종합적으로 한국에서 승승장구를 유지하는 바탕에는 이 영구채 방식 등 운영권 사모펀드가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때문에 맥쿼리 관련 이슈가 회자될수록, 또 덕평자연휴게소에 대한 평판이 좋을수록, 급전을 끌어다 써서 급한 불을 끈 코오롱 측의 속이 쓰릴 것이라는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