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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대형 아파트 '품귀'…일시적 착시현상?

고정 수요 따라가지 못한 최소 공급, 중대형 아파트 인기도 한계 있을 것

이보배 기자 기자  2016.06.10 16: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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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 분양시장에서 전용면적 85㎡ 이상 중대형 아파트의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를 겪는 과정에서 주택수요자들의 관심이 중소형 아파트로 쏠리면서 이 같은 현상이 시작됐다.

계속되는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로 집값 등락폭이 큰 중대형 아파트보다 부담이 적고 가격이 일정한 중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게 된 것.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일반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약 2만4132가구로, 그중 대형은 전체 물량의 3.1%인 769가구에 불과하다. 2012년 50.5%까지 올라갔던 대형 비중이 2013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10.3%로 떨어지더니 올해 한자릿수로 주저앉았다.

업계에서는 가구구성의 변화를 그 이유로 꼽았다.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1~2인 가구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소형의 인기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택수요자에게 주택을 팔아야하는 건설사 역시 시장 니즈에 맞춰 중대형을 줄이고 중소형 위주로 공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 서울에서만 사상 최대의 재개발·재건축 분양물량이 공급될 예정인데 반해, 그중 중대형 면적의 비율은 예년보다 더욱 줄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재개발·재건축 분양물량은 5만2384가구 53개 단지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3만7751가구보다 1만4633가구, 약 38%가량 늘어난 것으로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분양물량이 공급된다.

하지만 이 물량 속에서도 중대형 면적의 공급량은 줄었다. 올해 서울에서 공급되는 재개발·재건축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1921가구로 전체 공급물량의 3.7%에 불과하다.

문제는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은 줄어들고 있지만 이를 찾는 수요가 눈에 띈다는 데 있다. 서울 분양시장에는 아직 4~5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대형을 원하는 수요가 여전한 것.

특히 최근에는 취업난 등으로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나 주거비 부담 등으로 부모와 집을 합치는 '리터루족' 등이 늘어나 중대형 수요를 높이고 있다.

이로 인해 중대형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미분양이 줄어드는가 하면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이 마감되자 '중대형 아파트 품귀'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프리미엄(웃돈)까지 붙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자료에 따르면 1억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은 아파트 중 73%가 대형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몇년간 중소형 분양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공급이 적은 중대형의 희소가치가 높아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중대형 수요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상승까지 불러올 정도는 아니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갑자기 줄어든 중대형 물량이 회복되는 의미"라고 말했다.

리얼투데이 관계자 역시 "캥거루족과 고령부모를 부양하는 노년층 등이 중대형을 선호하는 잠재수요지만 이 수요가 더욱 확대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국 중대형에 대한 수요는 어느 정도 고정된 부분이 있는데 그동안 최소한의 공급이 따라주지 않아 현재의 품귀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최근 건설사들이 중소형을 중심으로 알파룸이나 베란다 확장 등 공간특화나 수납공간 확보 등 다양한 특화설계를 보이고 있어 체감면적이 중대형 못지 않아 중대형의 인기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