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조선회사들의 자구안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현대중공업(009540)이 그룹사 중 가장 알짜사업으로 불리는 현대오일뱅크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 확충 등 보완방안'을 발표, 조선업 구조조정 현황 및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구조조정 대상은 조선 '빅3'와 중소조선소 3곳 등 총 6곳이다.
그중 현대중공업은 가장 강도 높은 자구안을 내놨다. 자구안의 주요 내용은 △하이투자증권 포함 3개 금융사 매각 △일부 사업 철수 △자회사 분할 후 지분매각 추진 △3개 도크 순차 가동중단 등 3조5000억원 규모다.
특히 인력 감축은 약 8000억원 규모에서 경영합리화 명목으로 실시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9일부터 생산직을 포함한 과장급 이상 인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모집했다. 희망퇴직자 접수에 생산직이 포함된 것은 44년 만이다.
현대중공업은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과는 달리 자구안의 70% 이상을 올해 안으로 실시하겠다는 구체적인 시점도 명시했다고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조선업 관계자는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나 그룹사 내 매각할 만한 자산이 없어 자구 규모가 작은 삼성중공업과 달리 현대중공업은 제법 실질적인 자구안을 내놓았다"고 평했다.
다만, 현대중공업 내 가장 확실한 카드인 현대오일뱅크 지분활용안이 빠졌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0년 현대중공업 그룹사로 편입, 현재 지분의 91%를 중공업에서 소유하고 있다.
저유가 파동이 왔던 2014년 잠시 휘청했지만 바로 다음해인 작년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을 뜻하는 EBITDA(연결기준)가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흔들리지 않는 안정자산이다.
현대오일뱅크 지분은 가장 확실한 유동성 확보 수단이자 최후의 카드로 볼 수 있는 것. 따라서 일각에선 자구안이 발표되기 전부터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주식공개상장(IPO)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측은 "현대오일뱅크의 프리IPO를 검토한 바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배당 이슈가 부각돼 눈길을 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3월 그룹사 편입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3064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는 현대오일뱅크 당기순이익 대비 70%에 달한다.
이런 모기업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NICE신용평가는 현대오일뱅크의 신용등급을 AA-, 등급전망을 Stable(안정)로 유지한다고 8일 밝혔다.
NICE신용평가는 정기평가 보고서를 통해 "그룹의 사업위험 확대에도 불구하고 배당 외에 직접적인 회사의 자원 유출이 발생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현대중공업의 신용도 저하에 따른 계열 신용 위험 변화가 직접적으로 회사 신용도 저하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에 따라 그룹의 실적, 재무부담, 신용도 변화 추이와 계열 관련 잠재 부담요인의 현실화 여부 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며, 회사 자체적인 현금창출능력 개선 여부와 재무안정성 변화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높은 배당비율에 대한 위기감이 관건인 셈이다. 자구안에서 빠진 이유가 지속적인 배당에만 머문다면, 준비되지 않은 IPO 단행 못지않은 독이 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