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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안타깝게 숨진 그들 잊지 말아야

김수경 기자 기자  2016.06.10 1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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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얼마 전 일이 있어 들린 서울 구의역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지난달 28일 서울메트로 용역 업체에서 근무하던 19세 청년이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도중 달려오는 열차에 치여 사망했는데요. 역센터에 죽은 청년을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그를 추모하고자 구의역에 붙여진 많은 포스트잇, 헌화 등을 보니 가슴이 아려왔는데요. 밥 먹을 시간도 없어 컵라면 하나를 가방에 넣고 스크린도어를 고쳐야만 했던 그의 모습은 우리를 충분히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더욱이 사고 초반 서울메트로가 이번 사고를 고인 책임으로 몰아가 논란이 일기도 했었죠. 

시민들은 이러한 서울메트로의 모습을 보며 분노했습니다. 어느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구의역에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그의 죽음을 가슴 깊이 위로했으며 비정규직 노동 처우 개선 등을 정부에 요구했죠. 

결국 그의 죽음은 그동안 서울메트로가 방관했던 지하철 안전사고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던 메피아(서울메트로+마피아) 문제를 끌어올리기도 했죠. 

경찰은 서울메트로 본사 압수수색을 통해 그동안 일어난 스크린도어 사고 원인, 특혜성 용역계약 위법 여부, 안전관리·책임 등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의 죽음 이후 일어난 일들을 보니, 한 사람의 죽음이 원동력이 된 6·10 민주항쟁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박종철 열사의 죽음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기틀을 마련한 6월 항쟁의 직접적인 계기 중 하나였는데요. 

1987년 1월 서울대 재학생이었던 박 열사는 당시 수배 중이었던 선배 박종운을 잡으려던 수사관들에게 연행, 갖은 폭행과 전기고문 등을 당해 숨지고 맙니다.

이번 서울메트로가 책임을 회피했듯, 당시 경찰 역시 고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탁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도 안되는 해명을 했는데요. 여기에 같은 해 이한열 열사가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지자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결국 6월10일 오후 6시, 학생과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도로 위 차량들은 경적을 울렸고 차 안 시민들은 손수건을 흔들며 민주화의 열망을 드러냈죠. 경찰들은 무력 진압에 나섰지만, 그럴수록 시민들의 농성은 더욱 거셌다고 합니다. 

이후 6·29 선언을 통해 직선제 개헌 요구가 수용됐고, 마침내 군부 독재 정권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렇듯 6월 항쟁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 사건입니다.

왜 소중한 목숨을 안타깝게 잃어야만 불합리한 일들이 개선되는 것일까요. 계절이 지나가는 6월의 어느 날 그들을 잊지 말고 미래 세대들에게 그들의 희생을 알려야 한다는 약속을 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