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라이벌(Rival)'은 동등 혹은 그 이상의 실력을 가진 경쟁자를 의미한다. 아울러 적수(敵手)라고도 한다. 최근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소비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라이벌로 떠오른 두 모델이 있다. 바로 르노삼성자동차의 SM6와 한국GM의 말리부.
한동안 국내 자동차시장은 SUV 열풍이었다.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SUV 수요가 확대됐고, 중형세단 세그먼트를 위협하는 시장으로까지 급부상했다. 이 때문에 중형세단 세그먼트에 위기가 왔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국산과 수입 브랜드 여기저기서 중형세단 신차가 출시되자 이런 우려는 누그러졌다.
이런 가운데 가장 핫한 모델로 떠오른 SM6와 말리부가 같은 중형세단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행보를 펼쳐 관심이 쏠린다.
중형세단 열풍의 포문을 연 SM6는 올 초 가솔린 2.0 GDe와 가솔린 터보 1.6 TCe, 그리고 LPG 모델인 2.0 LPe 총 세 가지로 출시됐다. 르노삼성은 출시 3개월 만에 2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SM6를 하반기 택시시장에 투입할 계획임을 밝혔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현재 물량이 부족한 SM6의 개인고객 출고가 안정화되는 하반기에 SM6를 택시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라며 "중형세단시장에서의 돌풍을 택시시장까지 이어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르노삼성은 SM6 택시 출시를 6~7월로 예정했었지만, 개인고객 수급을 맞추는 게 우선이었던 만큼 계획보다 늦어진 상황.
사실 중형세단에서의 승부는 택시시장에서 갈린다는 말도 있다. 택시시장 규모는 연간 5만대 수준에 불과하지만 하루에 수십 명을 태우는 택시기사들의 '입소문 효과'는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이 지난 2000년 설립초기에 빠르게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택시고객들의 입소문 효과가 컸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르노삼성은 앞서 택시기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트렁크 절반을 차지하던 LPG 탱크를 납작한 환형 모형의 탱크로 만들어 차량 하단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탑재하는 '도넛탱크'를 적용한 바 있다. 기존 택시기사들의 가장 큰 불만이던 협소한 트렁크 문제를 해소한 것이다.
더욱이 르노삼성은 이를 통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도넛탱크가 탑재된 'SM5 Nova LPLi' 출시 이후 택시모델 판매비중이 급증했으며, 올해도 1∼5월 전체 판매량 중 33.7% 정도가 택시모델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SM6의 인기는 LPG모델의 선전이 한몫했음을 고려하면 택시모델 출시는 시장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며 "판매량 증가는 물론, 쏘나타와 K5가 장악하고 있는 택시시장에서 르노삼성의 입지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이와 달리 한국GM은 신형 말리부에 1.5ℓ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과 2.0ℓ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만을 채택했다. SM6와 달리 말리부에는 LPG 모델이 없으며, 한국GM은 향후에도 개발계획이 없다는 설명이다.
즉, 중형세단 판매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택시시장에 진출하지 않고 자가용시장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말리부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GM의 글로벌전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LPG 모델은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며 "물론, 판매볼륨을 키우기 위해서는 택시용 LPG 모델을 생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개인 승용차고객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한국GM 승용차 중 LPG 모델을 생산하는 차종은 올란도와 스파크(구형)뿐. 택시용 모델로 내놓는 것은 올란도 LPG 차량이 유일하다. 일부 택시기사가 기존 말리부나 알페온 차량을 개조해 택시로 사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한국GM이 택시용 모델로 내놓은 적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이 이미지를 위해서 이 같은 결정을 한 부분도 있지만 신형 말리부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의 부족한 생산능력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한국GM이 말리부 LPG 모델을 만들 계획이 없는 만큼 판매량에서 쏘나타와 SM6 등 경쟁모델을 넘어서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