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 무리의 의뢰인이 필자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의뢰인들은 상가용지를 분양받은 사람들이었는데, 본인들이 분양받은 필지를 모아서 종합쇼핑몰을 세워볼 요량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개발사업자들을 만나봤고, 그중 신뢰가 가는 A부동산업자에게 본인들이 분양받은 필지를 양도하였다. 물론 개발을 위한 법인 B를 세워 그 명의로 양도하고, 의뢰인들은 그 법인의 지분을 대가로 받았다.
사업은 잘 진행되는 것 같았다. 메이저급 건설사가 공사를 수행하기로 하였고, 좋은 입지 때문에 분양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A부동산업자가 문제였다. A씨는 의뢰인들로부터 건설용지를 양도받은 이후 갑자기 생활형편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값비싼 외제차도 종류별로 바꿔 타고 다녔고, 씀씀이도 헤퍼졌다.
의뢰인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B법인의 대표이사로 있는 A씨에게 회사의 운영상황에 대해 보고해주길 요청했다.
그런데 A씨는 형편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태도도 돌변해있었다. 그동안 의뢰인들에게 필지를 양도받기 위해서 굽신굽신하던 태도는 간데없고, 당신들은 개발이익금만 받으면 됐지 뭘 그리 많이 알려고 하느냐는 식이었다.
분명 A부동산업자는 B법인의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온갖 이권을 챙기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어쩌랴. 아무런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 놓지 않은 것을.
각종 개발사업을 일으키게 되면 자금이 필요하다. 자금은 흔히 프로젝트 파이넨싱(project financing)이라는 금융기법을 통해 유입된다. 프로젝트 파이넨싱은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수익성이 담보되는 건설 사업에 금융을 일으키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기법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대출은 모기업의 담보와 신용을 근거로 대출약정이 체결된다. 그런데 프로젝트 파이넨싱 금융기법을 도입하면 모기업의 담보가 충분치 않더라도 금융권에서 손쉽게 사업자금을 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넨싱 금융기법이 기형적으로 발전했다. 형태만 사업성을 담보로 대출이 일어나는 것일 뿐 실제로는 참여시공사의 신용을 담보로 대출이 일어나는 구조로 변형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건설공사를 발주하는 도급자인 시행사보다 이를 맡아서 수행하는 건설업자가 우위를 점하게 된다.
어차피 건설업자의 신용이 담보되지 않으면 개발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순 때문에 흔히 이야기하는 갑을관계는 역전된다.
건설업자는 신용공여를 무기로 공사대금을 부풀려 계약하기를 요청한다. 대규모 건설업체는 자체 브랜드를 분양홍보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분양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영세 개발사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건설업자의 요청을 수용하게 된다.
일단 프로젝트 파이넨싱을 통해 대출이 일어나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막대한 금융이자는 사업기간에 비례해 늘어나기 때문이다.
위 사례에서 의뢰인들은 과연 개발이익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의뢰인들이 필자의 사무실을 찾은 시점은 이미 대출이 일어난 후였고, 사업을 정상화시키고 대표이사의 전횡을 막기엔 시기적으로 역부족인 듯 했다.
이런 개발사업 시행사의 A대표이사는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더구나 주주들이 사업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경우에는 사업이익을 온갖 명목으로 빼돌리기에 안성맞춤이 되는 것이다.
통상 A씨는 건설업자, 하도급업자, 분양업자 등에게 리베이트를 받고 후한 조건으로 사업시행권을 주게 된다. A씨는 돈을 벌어서 좋고, 건설업자는 후한 조건으로 공사를 수주해서 좋은 것이다. 은행은 높은 대출이자를 받을 수 있어서 좋고.
그럼 누가 손해를 보는 것인가? 바로 완성된 건물의 수요자가 높은 분양가를 감당해야하는 주체가 된다. 사회적 손실이다. 의뢰인들은 개발이익금을 챙길 수 있을까? 단언하기 어렵다.
많은 개발이익금이 주주에게 배당되려면 비례해서 개발법인은 많은 세금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리스크는 누가 부담하는가. 주주다. 의뢰인들이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구조다.
물론 위 사례는 지극히 일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예로든 것이다. 또한 이런 이유로 건물의 분양가가 높아지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상담이 마무리됐지만 의뢰인들은 더 무거운 마음으로 자리를 나서는 듯 보였다.
임동권 법무법인 금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