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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디젤 맞아?' 그랜저 디젤 "가속에도 정교하고 매끄러웠다"

여유로운 주행에 정숙성과 경제성 갖춰…편의사양 '최적화'

전훈식 기자 기자  2016.06.09 10: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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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중형세단 시장 경쟁이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최근 출시된 SM6(르노삼성)와 임팔라, 말리부(한국GM)보다 강력해진 상품성으로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아울러 '디젤 게이트' 영향으로 설상가상에 놓인 그랜저 디젤 입지는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그랜저 디젤은 꾸준하다. 기존 상품성에 높은 수준의 정숙성과 연료 효율성까지 갖추면서 출시 2년이 지난 모델임에도 높은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와 더불어 '더티 디젤'이 논란이 일고 있는 자동차시장에서 그랜저 디젤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난 1986년 미쓰비시 데보네어 베이스를 바탕으로 출시된 그랜저는 당시 국내 최대 배기량으로 현재 '에쿠스급'으로 칭송받으며 '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그랜저 입지는 달라졌지만, 상품성에 있어서는 그 이상의 대접을 받고 있다.

특히 '2014 부산 모터쇼'에서 공개된 2015년형 그랜저는 성능과 사양을 대폭 보강하고, 전·후면 디자인을 일부 변경한 동급 최고의 상품성과 함께 디젤 모델을 추가하면서 독일 디젤 브랜드에 과감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출시 2년이 지난 그랜저 디젤은 최근 계속되는 '디젤' 논란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상품성과 높은 경제성을 모두 갖춘 프리미엄 준대형 세단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혁신을 통한 진화 속에 본질을 유지하고 있는 그랜저 디젤이 최근 출시된 여러 신차와 비교해 여전히 상품성에 있어서 떨어지지 않는지 직접 시승을 통해 살펴봤다. 시승 코스는 여의도를 출발해 △강변북로 △중부내륙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수영강변대로를 거쳐 부산 벡스코를 왕복하는 약 900㎞에 달하는 장거리 코스다.

◆특유 역동성과 고급스러움…보다 편리해진 인테리어

기존 모델과 비교해 그랜저 디젤은 디자인 측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차량 역동성과 고급스러움을 살리는 동시에 전장을 10㎜ 늘리고, 전·후면부 범퍼를 새롭게 디자인해 보다 풍부한 볼륨감과 웅장함이 느껴졌다.

아울러 전면부 LED 포그램프를 새롭게 탑재해 최첨단 느낌과 함께 고급스러움을 가미했고, 측면 알루미늄 휠과 후면 머플러 디자인도 더욱 세련되고 엣지있게 바꿨다.

가로형 레이아웃을 적용해 안정감을 강조한 인테리어의 경우 상단 에어벤트를 비롯해 보다 간결하게 디자인된 센터페시아로 심플한 멋을 추구했다. 스위치도 운전자가 보다 쉽고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기능에 따라 단순하게 재배열했다.

이외에도 8인치 대형 모니터를 적용하고 접촉감과 음성 인식률을 높인 '차세대 AVN 모니터'를 탑재했다. 또 지갑에 수납이 가능하고 편의성과 만족도를 높인 고품격 디자인의 '카드형 스마트키' 등 다양한 편의사양도 추가했다.

◆높은 정숙성에 뛰어난 주행 능력

차에 올라 시동을 켜면 디젤 특유 묵직한 배기음과 진동이 온몸에 울려 퍼진다. 공회전시 소음이나 진동이 약간 거슬리긴 했지만, 독일 브랜드와 비교해도 정숙성은 결코 뒤지지 않았다. 특히 이런 정숙성은 일반 주행 시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됐다.

그랜저 디젤에 장착된 R2.2 E-VGT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m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미 싼타페와 맥스크루즈 등에 적용되면서 뛰어난 완성도와 내구성을 검증 받은 2.2ℓ R엔진을 개선한 만큼, 여유로운 동력성능과 정숙성, 경제성을 갖췄다.

일정 속도로 과속방지턱이나 요철, 거친 노면을 지나도 노면충격을 잘 걸러주며, 불쾌한 좌우 흔들림이나 움직임도 잘 억제했다.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앞으로 쏠리지 않고, 안정적인 접지력으로 흔들림 없이 차량이 멈추는 등 뛰어난 제동성능을 갖췄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을 위해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100㎞/h에 위치하던 속도계가 어느덧 140㎞/h를 가리킬 정도로 안정적인 가속능력을 자랑했다.

고속에서의 풍절음은 100% 차단하진 못했지만, 다른 소음과 진동은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차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개선된 파워 스티어링 성능은 전반적으로 날카롭고 부드러웠다. 편안하고 안정감있는 프리미엄 세단의 승차감을 느낄 정도로, 속도를 높여 각이 심한 코너를 돌아도 밀리거나 쏠림현상이 없이 정교하고 매끄러웠다.

무엇보다 실 주행에 있어서 만족도 높은 편의사양이 대거 장착됐다는 점이 강점이다.

시야 사각지대나 후방에서 고속으로 접근하는 차량 등을 감지·경보하는 '후측방 경보 시스템(BSD)'을 추가했으며, 방향지시등 없이 차선을 넘어갈 경우 경보하는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을 확대 적용해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또 '어드밴스드 주차 조향 보조시스템(ASPAS)'과 '스마트 트렁크 시스템'을 탑재해 뛰어난 편의성을 확보했다.

그랜저 디젤 시승에 있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높은 연료효율성이다. 왕복 900㎞에 달하는 장거리 시승에서의 나타난 실연비는 14.9㎞/ℓ를 기록했다. 복합 공인 연비는 14㎞/ℓ(고속 17.5·도심 12.0)이지만, 급가속 구간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썩 나쁘지 않은 결과다.

이뿐만 아니라 독일 브랜드 대비 저렴한 가격(3254만~3494만원) 역시 국내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