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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저가 생리대 출시…또 다른 빈부격차 척도

이보배 기자 기자  2016.06.08 11: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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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얼마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군 '생리대'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논란은 지난달 시작됐다. 국내 생리대 시장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유한킴벌리가 생리대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한 직후다.

생리대 가격 인상 소식에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비싼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휴지나 신발 깔창으로 대신한다는 등의 사연이 이어지면서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

결국 유한킴벌리는 신제품인 좋은느낌 매직쿠션'만' 기존 제품보다 7.5% 가격을 올리고 나머지 제품은 기존 가격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매직쿠션의 경우 프리미엄 소재와 새로운 흡수기술 적용 등으로 원가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유한킴벌리의 이 같은 '배려(?)'에도 여론은 식을 줄 몰랐다. 생리대에 얽힌 가슴 아픈 사연들이 알려진 뒤 죄책감과 부끄러움은 어른들의 몫이 됐다.

밥을 굶는 아이들에 대한 사연은 접했지만 생리대를 사지 못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현실이 먹먹했다. 여성으로 아름답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월경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리대 문제가 커지자 유한킴벌리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올 하반기 중저가 생리대를 출시, 이를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들을 돕겠다고 알렸다. 또 중저가 생리대 출시뿐 아니라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생리대 150만 패드 무상지원 계획도 내놨다. 

이와 관련,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본 품질에 충실하면서도 가격은 중저가인 생리대를 개발해 출시하겠다"며 "이러한 노력은 생리대를 구입하기조차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 가격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소비자의 보편적 제품 선택권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당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해 올해 150만 패드 생리대를 무상지원하고, 차후 관련 부처 및 시민단체와 협력해 추가 직접 지원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응대에도 국내 1위 생리대 제조업체인 유한킴벌리의 이번 결정이 아쉬운 건 기자뿐일까.

이번 논란의 본질은 생필품인 생리대 가격 자체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데 있다. 생리대는 여성들의 생필품으로 경기를 타지 않는 대표적인 품목임에도 지속적인 가격 인상이 단행돼왔다.

표지, 흡수제, 방수막이 겹쳐진 단순한 형태의 제품이라는 점에서 사실 가격 인상의 이유도 불분명하다.

이에 대해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 생리대 시장은 소비자의 높은 품질 민감도나 글로벌 시장의 품질 경쟁 등으로 고품질, 고기능 제품 중심으로 제품 개발이 진행돼왔다"고 언급했다. 

프리미엄화를 지향했다기보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품 개발에 집중해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설명대로 국내에서 출시되는 생리대는 글로벌시장에서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생리대 가격 논란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일이 아닌 만큼 유한킴벌리의 해명은 다소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도 생리대 문제를 ‘여성의 기본권’으로 인식, 국가 차원에서 생리대 구매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면세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미국 뉴욕주는 생리대, 탐폰 등 여성의 생리 관련 제품들에 부과된 4%의 판매세와 약 5%의 지방세를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캐나다도 지난해 여성 위생용품에 대한 소비세 5%를 폐지했다.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에서는 곧 등장할 '중저가 생리대'가 '저소득층을 위한 생리대'라는 이름표를 예약한 상태다.